synopsis안정적인 직장, 번듯한 남편과 뉴욕에서 8년째 결혼생활을 해오고 있는 서른 한 살의 저널리스트 리즈(줄리아 로버츠)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자신의 삶이 무언가 잘못돼 있다고 느끼게 된다. 결국 남편에게 이혼을 선언하고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1년간의 긴 여행을 떠나는 리즈. 이탈리아와 인도 그리고 발리를 거치는 동안 그녀는 조금씩 달라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이하 먹기사)>는 제목이 충실히 요약하고 있는 바대로 (이탈리아에서) 먹고, (인도에서) 기도하고, (발리에서) 사랑하는 이야기다.

<먹기사>는 스트레스 가득한 일상을 떠나 새로운 모험하기를 갈망하는 현대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대리만족형’ 무비이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세 명소에서 제대로 삶을 즐겨주는 그녀의 모습을 보노라면 당장에라도 짐 싸들고 달려가고 싶은 욕망이 불끈불끈 솟는다. 남부러울 것 없는 여성이 남편, 직장 다 버리고 혈혈단신 자아 찾기 여행을 떠난다는 극단적인 설정이 쉽게 공감은 가지 않더라도, 뭐 어떠랴. 이탈리아와 인도 그리고 발리의 너무나 아름다운 풍광이 있기에 그런 것쯤 용서가 된다.

특히 양껏 먹어대는 것이 죄악시되고 다이어트를 경험해보지 않는 여자가 없다는 요즘, 칼로리 걱정(또는 죄책감) 없이 스파게티를 즐기고, 당당히 “이 피자 잔뜩 먹고 나가서 큰 바지 사자”고 외치는 리즈의 모습은 그동안 살과의 전쟁을 평생의 굴레(?)로 져왔던 여성들에게 해방감마저 안겨준다. 그런 리즈 역할에 너무 몰입해서일까? 이탈리아에서의 ‘먹기’ 여정이 끝나갈 때쯤 줄리아 로버츠는 한결 후덕해진 라인을 선보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전매특허인 ‘Big Smile’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자전적인 이야기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동명 에세이를 원작으로 하는 만큼 <먹기사>는 책을 그대로 옮긴 것처럼 내레이션과 대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 중에는 다이어리에 적어두고 곱씹어 보고픈 명언들도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일일이 말로 다 설명해주는 지나친 친절은 오히려 지루함을 유발한다.
영화 화법뿐 아니라 리즈라는 캐릭터 자체도 ‘누군가에 의해 말해지지 않고는 도무지 아무것도 정의내리지 못하는’ 인물로 보인다. 겉으로는 주체적으로 보이나 실상은 늘 구루(정신적 스승)를 찾아 의지하는, 정신적으로 허약한 캐릭터다. 또한 그녀가 정신적 치유와 인생의 균형을 얻고자 하는 곳이 아시아라는 점에서 오리엔탈리즘의 범주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탈리아로, 인도로, 발리로 다니며 해답을 찾고자 했던 리즈의 순례기는 하나의 완결된 주제를 위해 연속성 있게 복무하지 못하고 제각각 떠돌며 산만하게 진행된다. 그러다 방점을 찍는 것은 결국 ‘새로운 사랑과의 맺어짐’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어차피 인생은 정답이 없는 것’이라고 우기면 할 말 없지만, ‘사랑이면 다 괜찮아’라는 논리로 그동안의 모든 고민을 덮어버리는 듯한 결말에 뒷맛이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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