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산림청이 국산 목재를 이용한 목조건축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목조건축학교 김헌중 이사장과 태원목재 이영근 이사, 경민산업 이경호 회장의 주제발표와 즉석토론으로 구성됐다. 토론회의 골자는 한옥 및 목조주택에의 국산목재 활용에 있었으나, 이날 회의를 통해 대두된 것은 ‘한옥 활성화를 위한 프리컷 찬반론’이었다.

논란의 불씨는 한국목조건축학교 김헌중 이사장의 주제발표로 시작됐다. 그는 ‘국산재를 이용한 목조건축 활성화 및 목구조 기술자 양성방안’을 발표하면서 “한옥 활성화를 위해 산림청에 국산재 공급을 원활히 해달라”고 당부하며, “목재를 기계 가공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인 프리컷은 기능인력의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한옥의 프리컷 도입에 대한 반대입장을 표했다.

사실 한옥분야에 종사해 온 전문 기능인들에게 프리컷은 그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만큼, 반대적 여론이 끊이지 않았다. “한옥의 매력은 수가공에 있으며, 그만큼 치목(治木)이 중요하다”, “전문 기능인이 유지돼야 전통 양식 보존이 가능하다”는 등 기계화가 가져올 문제점에 대해 지적해 왔다.

이날 토론에 대해 ㄱ 목조건축업체 관계자는 “사실 기능인들에게는 일자리가 달린 민감한 사안”이라며 “인건비 절감이 프리컷의 가장 큰 장점인 만큼, 프리컷이 기존 기능인들의 표적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동조했다. 반면 ㄴ 업체 관계자는 “시쳇말로 ‘밥 그릇 싸움’이다. 많은 업종에서도 경험했듯, 공업화의 한 과정”이라며 “프리컷을 통한 기계화가 현재 기능인들의 일을 대신하기는 하겠지만, 설비작동에 필요한 인력고용과 공업화를 통해 산업규모가 커졌을 경우 필요한 현장인력은 오히려 지금보다 많아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최근 일반인들의 한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이를 소비로 이끌어낼 만큼 한옥 시공비가 만만치 않다. 평당 800~1200만원이 예사인 한옥이 활성화되려면, 최소한 전원주택 수준인 평당 400~500만원대로 낮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공업화는 필수적이다. 프리컷을 통해 시공비가 줄어들고 수요가 늘어나면 기능인의 실업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1채 지어지던 것이 2~3채 지어지면 당연히 필요 인력이 늘어나지 않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프리컷의 인력 구성은 한옥과 차이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ㄷ 업체 관계자는 “프리컷이 단순 노동 인력의 증가는 불러올 수 있어도, 한옥 기능인과 같은 고급인력이 필요한 시장은 상대적으로 작아질 것”이라며 “결국에는 다른 문화재 기능인과 같이 인력 양성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ㄹ 업체 관계자는 “그것은 기우”라며 “프리컷이 도입되는 것은 한옥의 저변확대를 위한 것이며, 고급인력이 필요한 시장에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ㅁ 업체 관계자 역시 “프리컷도 현장에서의 인력을 필요로 한다. 손으로 해야 하는 디테일한 과정에서 고급인력의 필요성이 있다”며 “따지고 보면 한옥 기능인들에겐 기존 한옥 시장에서 프리컷 시장이 더 늘어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 확대로 오히려 인력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제로 프리컷으로 주택을 지어본 결과 조립이나 현장 가공 등에서 인력이 부족함을 느꼈다”며 “현 시점에서 한옥 인력 부족보다는 프리컷 시장의 확대를 겨냥한 인력 양성에 대한 고민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프리컷 찬반론이 인력 창출에 대한 갈등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ㅂ 업체 관계자는 “한옥 활성화를 위해 인력 문제를 논할 것이 아니다”라고 찬반여론을 일축했다. 그는 “한옥 활성화는 경제성이 기반이 됐을 때 가능하다. 아무리 요즘 한옥에 관심이 높아도 수요로 이어지지 않으면, 관심은 관심에서 끝나기 마련”이라며 “프리컷이 아닌 어떤 공법이라도 효율적이고 경제성이 있어야 한다. 끌과 망치만을 고집한다면, 한옥은 문화재용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ㅅ 업체 관계자는 “한옥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도대체 어느 시대, 어느 지방의 디자인을 말하는지. 또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있기는 한 건가?”하고 되물으며, “건축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것으로, 현대인의 생활양식과 문화가 달라졌듯이 그들이 원하는 주거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한옥의 디자인에서부터 공법, 자재 등 모두가 변화할 필요가 있다. 문화재가 아닌 이상 효율적이어야 하고, 경제적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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