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3년, 북미산 특수목에 눈을 돌리다
영림목재(사장 강영신)는 샘표식품에 간장상자 납품, 삼성전자에 냉장고용 파렛트를 납품함으로써 회사의 기틀이 잡혀가고 있었다. 이경호 전무는 간장상자 제조와 파렛트 제조만으로는 회사의 성장을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1983년부터 북미산 원목에 눈을 돌렸다.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끊임없는 변신을 하고 도전을 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상황은 동남아시아로부터 수입되는 특수목으로 사구라, 마디카, 구루미, 아가티스 등이 있었고 미국과 캐나다로부터는 주로 헴록과 더글라스 퍼만이 수입되고 있었다. 한편 삼익악기와 영창악기는 국내시장을 양분한 가운데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시설을 확장하고 인원을 늘리고 있었다. 당시 이경호 전무는 미국과 캐나다의 특수목을 수입 판매할 것을 결정하고 우선 악기재의 원자재인 스프러스와 하드메이플에 중점을 두고 시장조사에 나섰다. 악기 회사가 목자재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품목은 피아노와 기타였고 목자재로는 스프러스가 가장 많이 쓰였다. 피아노 제조에는 고품질의 스프러스가 적기에 필요할 뿐 아니라 스프러스의 특성상 미리 구입해 건조상태를 제대로 유지시켜줘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삼익악기와 영창악기는 이러한 스프러스를 일본의 유통업자를 통해 구입하고 있었다.
 

● 캐나다 맥밀란(Macmillan)社와 접촉
영림목재 이경호 전무(당시 34세)는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공급처를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공급선을 찾아 나섰다. 천신만고 끝에 찾아낸 회사는 캐나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맥밀란(Macmillan)이라는 회사였다. 맥밀란은 스프러스와 소프트우드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였다. 이경호 전무는 맥밀란社 수출담당자와 미팅 날짜를 약속하고 즉시 캐나다 현지로 날아갔다.

이경호 회장은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맥밀란社는 스프러스 제재목 생산의 세계 최고의 회사답게 여러 대형공장들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방문한 곳은 벤쿠버 북쪽에 있는 파어웰(Powel) 제재공장이었는데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왼쪽 게양대에 태극기가 걸려 있고 그 밑에는 한국 바이어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글귀가 있었습니다. 제재공장 옆에는 펄프공장이 있었는데 원목을 물가에서 끌어올리면 제재소로 갈 원목과 펄프공장으로 갈 원목이 자동으로 구분되고 있었어요. 제재용 원목들은 컨베이어를 타고 제재기로 들어가는데 모든 것이 자동화돼 라인을 타고 들어가 길이별·등급별로 자동분리돼 적재되는 것이 그저 신기할 뿐이었죠. 하지만 주생산품들이 일본 스펙으로 생산되고 있어 주문 결정이 어려웠습니다.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거래를 하는 것인데 가격이 예상보다 다소 비쌌습니다. 하지만 품질은 아주 좋아서 떨리는 가슴으로 일단 2컨테이너분에 싸인을 하고 다음 주문까지도 약속을 하고 귀국했습니다.만약 저의 판단이 잘못돼 상당기간 판매하지 못하고 자금이 물리게 되면 다른 품목들도 올스톱 될 만한 큰 금액이었습니다. 다행히 품질이 일본 유통업자가 납품하는 것보다 월등이 좋아 국내 거래처(삼익악기)에 쉽게 납품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 유통업자가 삼익악기에 악기재(스프러스)를 공급하면서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영림목재가 악기재 등 특수목을 저렴하게 수입해서 공급하자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그 후 상당히 많은 양을 지속적으로 수입 공급했습니다.’

● 1985년, 손위 처남 박인서 씨 영입
이경호 전무는 북미산 특수목 사업을 더욱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1985년 3월 손위 처남인 박인서 씨를 부장으로 영입했다. 당시 박인서 씨(1944년생, 현 서원상협 대표)는 타 회사에서 피혁분야 해외 무역담당을 맡고 있었는데 부장으로 영입해 북미재 업무를 담당케 했다. 영림목재에 들어온 박인서 부장은 뛰어난 어학실력으로 두 달에 한번 정도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했다. 당시 혼례가구가 붐을 이룰 때 였는데 가구의 문짝을 주로 미국산 블랙월넛(Black walnut)으로 무늬목을 만들어 사용했다. 박인서 부장은 주로 블랙월넛 원목 구매에 나섰고 이를 보르네오 가구에 납품했다.

참고: <영림목재, 마흔나이테>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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