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기업주식회사 Ⅵ

1975년 6월, 승상배 사장, 탈세혐의 구속
매출액 등 허위신고, 비밀장부 4권 압수
3년간 6억4천만원 탈세
제재소 운영, 남양재 라왕 원목 수입·판매, 저목호 건설, 제재단지 조성, 공유수면 매립, 파티클보드공장 건설, 가구공장 건설, 하역회사 인수, 선박회사 설립, 인도네시아 산림개발 등 잘나가던 승상배 사장(당시 55세)에게도 기억하기 싫은 아픈 사건이 있었다.
1975년 6월 12일, 세금포탈 혐의로 구속됐기 때문이다. 서울지검 특별수사부(김성기 부장검사)는 6월 12일 새벽, 동화기업을 압수수색해 비밀장부 4권을 압수하고, 승상배 사장을 새벽 6시경 자택(용산구 한남동)에서 연행 구속 수감했다.
1972년 이후 3년간 6억3900여만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였다. 6억원대의 탈세액수는 당시 적발된 세금포탈로써는 최대 액수였으며 재계 거물이 탈세혐의로 구속되기는 승상배 사장이 처음이었다.
당시 검찰조사에 의하면 승상배 사장은 경리 여직원을 시켜 담뱃값 2배 크기의 비밀장부를 만들어 날마다 그날의 실제 원목 매출액을 기장하게 했고, 승상배 사장 자신이 확인 싸인을 했으며 이와는 별도로 허위의 경리장부를 만들어 세무당국에 제출했다는 것이었다.
압수된 비밀장부에는 원목 매입 업체명, 거래수량, 금액 순으로 기재돼 있는데 각 거래항목마다 경리직원의 소형인장이 날인돼 있었으며 날마다 승사장 자신의 「승」이라는 한글 싸인이 돼 있었다는 것이다.

1975년 8월, 서울대 병원에 입원한 승상배 사장
1975년 7월 16일 승상배 피고인에 대한 거액탈세사건 첫 공판이 서울형사지법 합의7부(재판장 박충순)에서 열렸으나 승사장의 건강악화로 들 것에 누운 채 인정신문만 받고 무기 연기됐다.
그간 변호인은 두 번이나 병보석 신청을 냈으나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자 ‘승 피고인이 당뇨병, 협심증 등으로 구치소 생활이 부적합’하다는 이유를 들어 유치명령 신청을 했던 것이다.
최근 효성물산 총수 조석래 회장이 아픈 몸으로 마스크를 쓰고 탈세 및 비자금 조성혐의로 소환 조사를 받고 있고, 얼마 전 한화의 김승연 회장은 횡령 및 배임혐의로 침대에 누워 법정에 출두했으며, CJ 이재현 회장은 신장이식수술을 받고 나서 휠체어를 타고 재판을 받고 있으며, 1998년 한보의 정태수 회장은 휠체어를 타고 마스크를 쓰고 법정에 출두하는 등 재벌 총수들이 아픈 몸으로 조사를 받는 모습들을 우리는 많이 봐왔다.

1975년 12월, 징역 2년 6월·집행유예 3년 벌금 2억5천만원 선고
서울지검 박종철 검사는 동화기업 승상배 피고인(당시 55세)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죄(탈세죄)를 적용, 징역 5년에 벌금 13억원을 구형했다.
그러나 서울 형사지법 합의 7부(재판장 박충순)는 1975년 12월 24일 오후 승상배 피고인에게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벌금 5천만원을 선고하고 법인체 동화기업에 대해서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1975년 7월, 동화기업 부도·은행관리로 넘어가
1975년은 승상배 사장에게는 불운의 한 해였다. 탈세혐의로 대표가 구속돼 있는 동안 동화기업은 제일은행과 조흥은행에 6천300만원의 부도가 났으며 당좌거래 정지처분을 받았다. 제일은행과 조흥은행을 비롯 외환은행, 신탁은행, 상업은행, 한일은행의 6명의 은행장들은 1975년 7월 4일 오후 회의를 열고 동화기업의 주 거래 은행인 외환은행이 동화기업을 관리하도록 하는데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

1975년 7월, 동화아파트 인부 600여명이체불임금 요구 농성
동화기업(사장 승상배)이 서울 서초동에 짓고 있는 동화아파트 인부 600여명이 공사현장에 모여 밀린 임금 8천여만원의 조속한 지불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경찰의 제지로 인해 해산을 했으나 그 중 일부 30여명은 을지로 본사로 몰려가 철야농성을 했다.
동화기업은 1975년 5월 중순경 26동의 서민아파트인 동화아파트를 시공, 첫 노임지불이 6월 말이었으나 6월 중순경 승상배 사장이 탈세혐의로 구속되고 곧이어 7월 부도가 남으로써 회사가 은행관리로 넘어가자 임금지불을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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