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의 제재산업 Ⅱ

대형 제재소에 대한 볼멘 목소리 높아져
2000년대 들어 대형 제재소가 등장하자 제재시장에서는 볼멘 목소리가 높아졌다. 2006년부터 중소 제재업체들은 대형 제재업체가 중소 제재업체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소리를 조직적으로 내기 시작했다.
당시 중소제재업체들의 볼멘 목소리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첫째로 시장의 왜곡을 강조했다.
2000년대 들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제재소의 숫자가 이것을 증명하고 있다 했다. 지금의 제재시장은 혼탁하게 오염돼 있으며 지금의 제재시장은 지극히 왜곡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제재목 시장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MDF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제재목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형 제재소들은 딜레마에 빠져있다. 대형 제재업체들의 주장은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MDF의 원재료인 칩을 생산하기 위해 제재목을 부산물로 대량 생산해서 물량공세를 하고 있어 중소 제재업체들이 경영압박을 받고 있다고 했다.
원목 가격은 몇 달 사이에 20~30%씩 인상돼도 제재목 가격은 전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이러한 시장구조에서는 소형 제재소들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채산을 맞출 수가 없다. 새로운 물이 들어와야 이 오염된 물을 정화시킬 수 있는데 아직까지 새로운 물이 흘러들어 올 것이라는 기미도 없다.
2000년대 들어 합판수요는 급격히 감소했고, 보드류의 수요가 증가했다. 그 결과 보드류 회사들은 시설 확충 및 신규공장을 건설했다. 짧은 기간 내에 보드류 생산 캐퍼가 급격히 늘어나자 보드류 업체들은 원자재인 칩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보드류 업체들은 화목 의존형 원자재 수급방식으로는 안된다고 생각했고, 자가 생산 조달방식으로 대형 제재소를 건설했다. 대형 제재소들의 제재는 보드산업을 위한 제재일 뿐 기존 중소 제재업체들에게는 강력한 위협의 존재이자 난공불락의 성이 돼 버렸다. 대형 제재공장들의 등장으로 동종품목을 생산하는 제재소들은 경쟁력을 일순간에 상실했다.
중소형 제재업체들은 보드류 기업의 도덕성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제재산업은 점차적으로 왜소해지고 있고,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의 제재산업은 부가가치는 점점 낮아지고 있고, 대형 제재소에서 생산되는 제재목은 보드산업을 위한 제재일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MDF 공장을 가진 대형 제재소는 보드류 원재료 생산을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말했다. 대형 제재소들은 애써 중소 제재소들의 볼멘 목소리를 외면했고, 중소 제재소들은 대형 제재소들의 부도덕성을 부각해서 난국을 풀려고 했다.

소송 한치각,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다
소송은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소송은 좋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잡으면서 국내 소할재 시장을 석권해왔다.
소송 소할재(한치각재, 일명 다루끼)는 블루스테인의 피해가 적고, 뒤틀림이나 옹이같은 하자가 적은데다가 무게가 가벼워 취급하기가 용이하다. 특히 가격이 저렴해 국내 소할재 시장의 100%를 점유하고 있었다. 2007년까지만 해도 재당 1,200원대를 유지하며 소할재 시장의 안정적 행보를 이어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소송 한치각 전성시대에 먹구름이 들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러시아 정부가 소송 원목 수출세를 크게 인상하면서 부터였다.
2007년,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하바로스크를 방문했을 때 한국, 일본, 중국이 러시아산 소송 원목을 저렴한 가격에 수입해서 큰 돈을 벌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대노했다고 한다.
이후 러시아정부는 당초 6.5%였던 소송 원목 수출세를 2007년 7월부터 20%로 인상했다. 2008년에는 이를 다시 25%로 올렸으며 2009년 1월부터 80%로 올린다는 발표도 있었으나 이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는 매년 150만㎥의 소송 원목이 수입됐으나 2008년에는 70만㎥이 수입됐다. 이때부터 소송 원목으로 한치각을 제재하던 제재소들 대부분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그간 상황에 따라 일시적 대체수종으로 여겨졌던 카송(캐나다산 헴록 소경목)과 소할재로는 부적합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뉴송이 소할재 재료로 쓰이기 시작했다. 소할재 시장의 100%를 차지했던 소송 한치각이 시장 점유율 20~30%도 못 미치고 있었다.
당시 인천의 한 업계관계자는 “소송시장이 굉장히 빠르게 카송이나 뉴송 시장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소송가격이 이같이 높은 가격을 계속 유지한다면 소송은 한국시장에서 발붙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불과 한두달 사이에 100%에 육박하던 소송 소할재 시장이 50~60%까지 떨어진 것으로 체감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카송이 저렴한 이유는 북미시장이 비수기에 놓여있기 때문인데, 그쪽에서 목재 수요가 늘어났을 때에도 과연 지금처럼 저렴할지는 더 지켜봐야한다”며 “하지만 카송 가격이 오른다 해도 소송가격보다는 저렴할 것으로 예상돼 소할재 시장은 카송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앞날을 전망하기도 했다.

* 당시 목재업에 종사했던 분들의 많은 제보를 기다립니다. 추억 속에 남아있는 얘기들을 wwic@ha nmail.net이나, 010-3145-8954로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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