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윤준환

지난 2014년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천리포수목원 내에는 유독 한옥이 많다. 기와집은 물론이고, 초가집까지 있어 방문객들을 위한 숙소로 사용되고 있다. 설립자 민병갈 선생이 우리나라 전역에서 옮겨다 지은 것들이거나, 자신의 취향에 맞게 새로 지은 것들이다. 수목원을 조성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곳에서 생을 마칠 때까지 줄곧 한옥에서 살았을 만큼 그의 한옥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그를 기리기 위한 민병갈 기념관도 초가집 모양의 건물로 세워졌다. 구가도시건축은 방문자센터의 설계를 진행하면서 그의 이런 한옥에 대한 애정을 기리고자 노력했다.

 

수목원의 대문을 세우다
방문자센터라는 이름의 이 건물은 천리포 수목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처음 맞이하는 대문과도 같다. 솟을대문처럼 자기를 과시하고 상대를 위압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하고 편안하게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문이 되고자 했다. 문인가 하는 순간 이미 지나쳐버리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고 싶었다.

천리포수목원은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받을 만큼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나무다. 건물이 주인행세를 하지 않기를 바랐다. 건물은 땅과 가까이 붙어있다. 가능한 낮아지려 했고, 수목원으로 들어가기전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줄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했다. 내부가 훤히 드러나 보이지 않도록, 하지만 사이로 언뜻언뜻 나타나는 풍경이 수목원에 대한 기대를 키워줄 수 있도록 계획했다.

사진제공: 윤준환

수목원으로 들고 나는 길
수목원 내부의 흐름을 바꾸지 않으려 했다. 때문에 기존 입구와 출구를 유지하는 것을 중심으로 배치가 결정됐다. 수목원으로 들어가는 길은 고즈넉한 해송나무 숲길을 지난다. 이 길을 따라 조금만 걷다보면, 넓은 호수와 그 너머의 민병갈 기념관이 한눈에 들어오는 장관이 펼쳐진다.

매표소와 안내소 블록 사이 한켠에 지붕과 바닥을 뚫고 나무를 심기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수목원을 들고 나며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다. 계획초기 수목원측에서는 안에도 나무가 많은데 건물을 뚫어서까지 여기에 나무를 심을 필요가 있냐며 반대했었다. 시골 마을 어귀에 서있는 정자목(亭子木)처럼 수목원을 상징하는 나무가 한그루 서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공사가 완료될 즈음에는 수목원측에서 더 적극적으로 고민한 끝에 ‘삼색참죽나무’를 심었다. 이 나무는 해양성 기후에서는 붉은색에서 연한 노란색, 또 초록색으로 1년 동안 잎의 색깔을 3번 바꾸는데, 바닷가에 위치한 천리포 수목원과 태안 일대에서 특히 그 변화가 뚜렷하다고 한다. 낮고 넓게 자리한 방문자센터와 늘씬하게 하늘로 뻗은 나무가 서로 잘 어우러진다.

사진제공: 윤준환

소박하지만 단아한 구조
이 건물은 글루램(Glulam)을 사용한 기둥-보 구조의 건물이다. 180×180㎜ 기둥으로, 장변 7칸, 단변 3칸으로 구성했다. 3,750×3,000㎜ 간격으로 규칙적으로 기둥을 세웠고, 입구 부분에 동선과 겹치는 기둥 하나의 간격을 조금 조정해서 변화를 줬다.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일정한 기둥의 배열이지만, 기둥의 높이를 조금씩 다르게 적용해, 정면에서 보면 처마선이 경쾌하게 들려있도록 계획했다. 전반적으로 평평한 지붕이지만, 마치 한옥의 처마선처럼 은근히 하늘로 뻗어 올라간 형상이다. 보 위로는 래프터들을 노출시켜 마감재의 역할도 겸하도록 했다.

때문에 구조적 필요보다는 시각적인 느낌을 고려해 두께와 간격을 면밀히 조정했다. 들려진 처마 아래로 가지런히 뻗어있는 래프터의 모습이 마치 한옥의 서까래처럼 우직해 보이도록 노력했다. 전면에 세개의 블록들을 뒤로 물러서 기둥 열이 드러나도록 계획했는데, 퇴칸 같은 이 공간은 건물에 편안한 파사드의 역할을 하며 방문객을 맞이한다.

 

• 대지위치: 충청남도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976-1
• 대지면적: 1,315.52㎡ 
• 건축면적: 261.67㎡
• 건폐율: 19.89% 
• 연면적: 232.27㎡
• 용적률: 17.66%
• 용도: 제 1종 근린생활시설
• 규모: 지상 1층
• 외벽재료: 치장벽돌, 스타코플렉스
• 설계기간: 2012. 12 ∼ 2013. 11
• 공사기간: 2013. 11 ∼ 2014. 02
• 문의: 구가도시건축(02-3789-3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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