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판산업야사 <5>

인도네시아 여기저기를 다녀보았지만, 수마트라는 초행이니 시키는 대로만 해야했다. 뻬짜(사람이 끄는 인도네시아 인력거)는 많이 타 보았지만, 버스를 타기는 처음이었다. 빽빽한 사람들 속에서 인도네시아인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찌른다. 나중에 알고 보니 택시대절도 있던 시절이었는데, 왜 버스로 가자고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일본 주재원이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서울에서 근무할 기회가 있어서, 지하철도 타고, 엘리베이터도 탈 기회가 많았는데, 한국 사람들에게서도 특유의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마늘냄새를 포함해서. 한 6시간쯤 타고 갔을까 산 정상에 있는 큰 호수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호수였다. 이 호수로부터 시볼가 까지는 급경사지로 내려가는 길이다.

대성목재 카폴 원목 처음 사용하다
Image_View자기들 말로는 구비길이 500개나 된다니, 속리산 구비길은 비교도 되지 않았다.
3시간 동안이나 핸들을 우로 돌렸다, 좌로 돌렸다 하면서 내려간다. 처음에는 한번 두 번 하고 셈을 시작했으나, 100여 번까지 세고 나서는 세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어렵게 시볼가에 도착하니 밤이었다.

하루를 여관에서 보내고 다음날 아침 나탈로 가기 위해서 예인선(Tag-boat)을 빌렸다. 13시간쯤 더 내려가야 한다고 했다. 강렬한 햇볕이 내려 쪼인다.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곳은 인도양변을 따라서 가고 있는 것이다.

13시간만에 도착한 곳은 수마트라 남쪽에 있는 나탈이다. 여기서 카폴을 실어야 한다. 강의 하구쯤에 동양상선의 무림 號(6,000톤 가량의 배)가 벌써 들어와 대기 중이었다. 카폴은 하프싱카이다. 물에 가라앉지도 않고 찰랑찰랑 3분의 1쯤 뜬다. 오래 있으면 가라앉는 것도 많이 발생한다.

나무를 싣기 위해서 판매 측의 집하장(dumping point)에 가봤다.
생생하고 물에 떠 있는 5,800㎥의 나무는 좋았지만 육상에 얹어 놓은 200㎥은 오래된 나무였다. 오래된 나무 200㎥은 실을 수 없다고 했다.

Image_View

4일만에 5,800㎥은 다 실었다. 나머지 200㎥은 오래된 나무 외에는 생산이 잘 되지 않는 모양이다. 일주일을 기다렸는데 50㎥ 밖에 생산이 되지 않는다. 150㎥을 더 채우려면 3주를 더 기다려야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우리는 150㎥을 덜 채운 채로 귀국해야만 했다.
판매측(Shipper)에서 生産이 잘 되지 않자, 육상에 얹어 놓은 오래된 나무 200㎥을 실어야 되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관우씨와 나는 무림 號 위에서 오래된 나무가 실리는지 않는지 지키고 있었다.

하루는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이었는데, 저녁때가 되서야 경찰이 배에 올라왔다.

이관우씨와 나를 발견하고서는 "Surat Jalan"이 있느냐는 것이다.

surat jalan이란 여권 외에 인도네시아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여행증명서이다. 외국인들은 보통 여권만 가지고도 지방의 여기저기를 다녀도 좋다는 게 통례다 싶었는데, 여행증명서를 내 놓으라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여행증명서가 없었다.

여행증명서가 없으니 파출소까지 가자는 것이었다. 파출소로 가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파출소로 간 동안에 오래된 나무 200㎥을 실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 더 걱정이었다.
사정을 해도 되지 않는다. surat jalan이 없이 이곳에 왔으므로 不法이고, 불법을 저질렀으므로 파출소에 가야한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는 카폴 원목의 寶庫
shipper측이 꾸민 일이라고 심증은 가지만 할 수 없이 끌려가야 했다. 권총이 걸려있는 작은 숙직실 같은 방에서 그날 밤을 지냈다. 그 다음날 아침 여러 가지 사정을 하면서 돈을 꺼내 주고 나서야 석방돼 배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행히도 밤사이에 그 나무는 실리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무작정 이렇게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선장과 의논을 했다. shipper측에 공적운임(dead freight)을 내겠다는 확약을 받고 배를 띄우기로 결론을 봤다. 그러나 shipper측은 더 실을 수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것이다.

본사와 연락하고, 확약서 없이도 배를 띄울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해서 그날 밤 우리는 배를 출항시켰다. 그러나 배는 통관(custom clearance)을 하기 위해서 시볼가에 잠깐 들려야한다. shipper측 사람들은 쾌속정(speed boat)를 타고 시볼가에 미리와서 세관원에게 배를 출항시키면 안된다고 한다.

자기들은 나무를 더 실을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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