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목재신문
편슬기 기자

사방이 콘크리트 숲으로 둘러싸인 도시 한복판에서 국내 최초 2시간 내화성능을 인정받았다는 기사는 목재업을 하는 이들에게 있어 가뭄에 내리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지난 2008년 2월, 국민들에게 크나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준 숭례문 전소 사건은 한동안 모든 이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을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이 때 국민들 뇌리에 강력하게 새겨진 것이 ‘목재는 불에 약하다’라는 점이었다. 불이 조금이나마 옮겨붙어도 빠르게 전소해버리고 마는 목재. 바로 이 약점이 목조주택 구매를 희망하는 잠재 고객들이나 건축업을 하는 이들에게 있어 가장 해결이 시급한 문제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구조용 집성재(CLT)와 방화석고보드를 덧댄 바닥재가 고층 목조건축을 짓기 위해 필수적으로 만족시켜야 하는 내화성능 2시간을 만족했다는 희소식에 여태까지의 ‘목재는 불에 약하다’라는 사실이 더 이상 사실 아닌 단순한 편견으로 남게 됐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이러한 편견을 갖고 있는 국민들의 인식 재고를 위해 본 사실을 적극적으로 널리 알리고 목조주택의 장점을 어필해야 하는 것이다. 친환경적이라 건강에 좋고,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한, 거기에 화재에도 두 시간 이상 버틸 수 있어 충분히 대피할 시간을 확보 가능하다는 점은 도심에서 내 집 구하기에 지친 이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다가갈 것이다.
도심 외곽으로 빠져나가야 겨우 볼 수 있는 목조건축물이지만 이제 5층 이상의 고층 목조건축물을 세울 수 있는 가장 어려운 허들은 넘었으니 곧 도심에서 고층으로 지어진 목조건축물을 만날 날도 머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목조건축이 더 이상 드물지 않은 우리나라를 한 번 상상해본다. 새집 증후군으로 인한 아토피나 비염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지 않는 아이들과 가족, 콘크리트 숲이 아닌 진짜 나무로 이뤄진 도심의 숲.
산지가 60% 이상을 차지하는 그야말로 목조건축하기 좋은 나라에서 목조건축이 보편화된다면 목재업 및 목조건축 분야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를 것이라 전망한다.
발걸음 내딛는 거리마다 나무향이 코끝에 스미고 각자의 개성과 취향을 고스란히 담은 목조주택과 수십 년이 흘러도 썩지 않는 고층 목조 아파트가 줄지어 서 있는 한국의 모습. 아마 그때쯤이면 목조건축의 강국이 되고도 남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까지 열거한 사항들은 그저 희망에 불과하지만 그렇다고 실현 가능성이 0%에 가깝진 않은, 오히려 현실로 다가올 확률이 높은 그림이다. 목재가 불에 약하다는 편견이 이제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겐 영문 모를 소리가 될 만큼 오늘의 성공을 발판 삼아 목조건축이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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