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침엽수 합판 공장 생산 장면.
일본 침엽수 합판 공장 생산 장면.

일본은 남양재 원목 금수조치가 단행되었던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국산 침엽수재 원목을 이용한 합판 생산을 위해 대대적인 대처를 했다. 정부와 기업이 협력적으로 국산 침엽수재 원목을 이용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30년 전 일이다. 일본 정부는 국산 침엽수재로 국산 합판을 만들기 위해 합판설비회사에 절삭기계 개발을 유도하고 접착제회사에 국산 침엽수에 맞는 전용 접착제 개발을 하도록 독려하고 지원했다. 조림돼 성장하고 있는 일본의 침엽수 자원을 이용해야겠다는 목표가 그들에게 있었다. 침엽수 합판공장을 세우면 총투자비의 50%에 가까운 자금을 무상으로 지원(선정된 회사)하는 등의 정책도 추진했다.

지금의 일본은 445만㎥의 침엽수재 원목을 투입해 합판을 생산하고 있다. 국산재 침엽수 원목 사용 비율이 92%를 상회하고, 침엽수 합판 생산 비율이 97%에 달한다. 아울러 국산 목재 자급률도 42%를 달성했다. 10년 전 목재 자급률이 26%였지만 2025년에는 5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은 30여 개 풀라인 국산재 합판공장과 128개 합판가공공장이 있다. 일본의 대표적 합판회사인 세이호크 합판 그룹 중심으로 모든 곳에서 국산재 합판 50% 이상 사용하는 AHG50 작전을 시작했다. 일본이 이런 노력과 목표달성은 한국의 산림이용정책에 경종을 울리고도 남는다. 우리나라는 국산목재 전용 합판공장 하나가 없기 때문이다. 국산전용 합판 공장이 없으면 우리의 소재로 집을 짓거나 공공건축을 한다는 게 성립되기 어렵다. 일본은 수확한 목재의 63%를 제재에 이용하고 20%는 합판에 이용하며 나머지 17%는 칩으로 이용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5%를 제재에 이용하고 합판은 전무하며 나머지는 칩(보드용, 펄프용, 에너지생 산용)이나 장작 등에 대부분 쓰인다.

합판전문가는 “일본 합판공장이 합판제조에 사용하는 원목의 직경은 14~24cm 정도입니다. 이 보다 좋은 원목은 제재용으로 사용하지요. 소중경재를 이용할 수 있게 로타리레이스와 건조시설 그리고 결함을 줄이는 생산노하우가 집약돼 발전돼 왔습니다”라고 합판설비 전문가는 말했다. 그는 “우리의 현재 있는 자원으로도 충분히 침엽수 합판을 생산할 수 있는데 기업들이 합판이 사양산업이라고 외면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본지가 산림조합의 여주목재유통센터에서 받은 직경 30~40cm 정도의 낙엽송 원목을 일본 합판공장 공장장에게 보여주자 “우리가 사용하는 것보다 상태가 좋다. 이런 원목이면 합판을 만드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고 했다. 최근 일본의 합판공장에서 러시아산 낙엽송 단판수입을 하지 않게 되자 물량이 부족한 일본 합판회사들은 한국에서 한 배 물량의 낙엽송 원목을 수입하겠다는 오퍼 의사에 동의를 해 왔다. 그러나 결국 수출하지 못했다. 이 일에 관여한 최대표는 “낙엽송 원목 물량이 없어서 결국 일본으로 수출하지 못 했다”고 전해왔다. “합판 공장 하나를 세우면 기본적으로 원목 10만㎥가 소요되고 제품은 6만~6.5만㎥가 생산된다. 우리나라도 최소한 하나의 국산전용 합판공장을 우선적으로 세워서 국산목재의 이용체계를 개선하고 국산재의 고부가가치화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침엽수 합판생산은 직경 14~24cm의 낙엽송, 소나무, 잣나무 원목은 130~190cm 길이만 되면 합판 생산이 가능하므로 자원이 부족해서 생산을 못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합판 생산 기술과 설비는 한참 발전했는데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국산 원목을 칩 등으로 85% 이상 사용하는 현실은 단계적 이용과 장수명 이용을 강조하는 탄소중립 정책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길이다.

저작권자 © 한국목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