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목재공학회 이사 박상범/ph.D
한국목재공학회 이사 박상범/ph.D

2. 개질 리그닌의 탄생

최근 일본에서는 삼나무를 활용한 획기적인 신소재 ‘개질 리그닌’의 실용화를 향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일본 정부 지원 하에 산학연이 연계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개질 리그닌(改質 lignin, Modified lignin, PEG lignin, Glycol lignin)’은 일본 전역에 분포하고 있는 삼림 자원인 삼나무를 이용하여 세계에서 유일한 환경 적합성을 가진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상당의 바이오 기반 재료이다(Yasuyuki Matsushita. 2015. J. Wood Sci. 61: 230–250).

개질 리그닌은 "열에 강하다" "가공하기 쉽다" "환경 친화적이다" 라는 이상적인 성질을 가지고 다양한 제품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 개질 리그닌은 삼나무에 3할 정도 포함되는 리그닌이라고 하는 성분을 원료로 제조된다. 최근 일본 삼림총합연구소는 삼나무에 포함된 리그닌이 균일하고 화학 구조의 편차가 적다는 것을 밝혀냈다. 개질 리그닌의 연구는 일본 삼림총합연구소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삼림총합연구소는 11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삼림에 관한 일본 유일의 국립연구기관이다. 삼림, 임업, 목재산업, 임목육종에 걸쳐 광범위한 연구와 연구 성과의 사회공헌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질 리그닌이란, 어떤 소재인가? 개질 리그닌 개발자는 일본삼림총합연구소(이하, 삼림총합연구소) 신소재 연구 부문의 야마다 타츠히코(山田竜彦, Tatsuhiko YAMADA) 부문장이다. 2014년 개질 리그닌의 연구 컨소시엄 「SIP 리그닌」을 설립하였다. 2019년에는 그 활동을 계승한 컨소시엄 지역 리그닌 자원개발 네트워크인 「리그닌 네트워크(Lignin network, https://www.ffpri.affrc.go.jp/labs/matechem/index.html)」를 후속 설립하였다. 리그닌 네트워크는 개질 리그닌의 가능성을 추구함과 동시에 일본발의 신산업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SIP는 전략적 이노베이션 창조 프로그램(Cross-ministerial Strategic Innovation Promotion Program)으로 과학 기술 혁신 종합 전략 및 일본 재부흥 전략(2013년 6월 국무회의 결정)에 기초하여 창설되었다. SIP의 특징은 종합과학기술·이노베이션 회의(CSTI)가 사령탑 기능을 발휘하고, 사회적으로 불가결하며, 일본의 경제·산업 경쟁력에 있어서 중요한 과제를 선정하고, 스스로 예산 배분하고, 부처간・학문 분야 간 틀을 넘어 기초연구로부터 출구(실용화·사업화)까지 전망한 대처를 추진하는 것이다.

 

3. 미개척 유망 소재 ‘리그닌’

그림 5. 목재 성분의 비율.
그림 5. 목재 성분의 비율.

나무는 20%에서 35%의 리그닌과 40%에서 50%의 셀룰로오스, 20%에서 25%의 헤미셀룰로오스 및 몇 %의 미량 성분으로 구성된다(그림 5). 셀룰로오스는 종이나 다양한 유도체로, 헤미셀룰로오스는 자일로스와 같은 기능성 당류로 널리 이용되고 있으나, 리그닌은 범용적인 공업 소재로 활용된 예가 거의 없다. 리그닌은 육상의 모든 나무에 포함된 성분으로 중력에 역행하며 나무가 높게 자라는데 필요한 강도를 유지시켜주는 접착 성분이다. 이러한 성질로부터 리그닌은 고강도, 고내열성의 재료로서의 활용이 기대되어 왔지만, 지금까지 실제 대량생산에 적용할만한 공업재료로써 활용된 예는 없었다. 그 이유는 리그닌의 구조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품질이 요구되는 공업재료는 균일하고 성질이 균일해야 한다. 게다가, 같은 수목 중에서도, 예를 들면 가지와 밑동에서 리그닌의 구조가 다르다. 이러한 구조의 다양성으로 인해 리그닌은 오랫동안 미개척의 소재로 여겨져 왔다.

리그닌은 식물의 세포벽을 구성하는 하나의 성분이다. 각 식물은 각각 다른 종류의 리그닌을 가지고 있다. 한편, 개질 리그닌이라고 불리는 매우 높은 가공성과 기능성을 가진 신소재가 개발되어 주목받고 있다. 개질 리그닌은 “폴리에틸렌글리콜(PEG) 개질 리그닌”의 약칭으로, “PEG 리그닌” 또는 “글리콜 리그닌”이라고도 불린다. 개질 리그닌은 리그닌을 원료로 개발된 신소재로, 리그닌 자체가 아니라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같은 의미로 종이 펄프 제조에서 부산물로 생산된 리그닌 분해물로 만들어진 크라프트리그닌, 알칼리리그닌, 리그닌술폰산 등도 리그닌 자체가 아니라 리그닌을 원료로 만든 물질이다. 각각은 다른 물질로 리그닌 자체를 대표하는 천연물질은 아니다. 그림 6은 삼나무 원목과 개질 리그닌 및 3D 프린터용 생분해성 개질 리그닌 필라멘트를 재료로 3D 프린터로 조형한 딱정벌레의 사진이다. 이 딱정벌레는 정교하고 매우 가볍다.

그림 6. 삼나무 원목과 개질 리그닌.

삼나무는 일본 고유의 침엽수로 안정적인 원료의 공급이 가능하다. 리그닌을 효율적으로 추출하기 위해서 사용된 것은 폴리에틸렌글리콜(이하, PEG)이라는 화합물이다. 이것은 식품첨가물이나 화장품 등에도 사용되는 안전한 약제로도 알려져 있다. 삼나무의 리그닌은 PEG와의 반응에 의해 분해되어 PEG가 결합한 개질 리그닌으로 변한다. 개질 리그닌은 열에 강하고, 또한 플라스틱처럼 열을 가해 밀거나 당기는 등 다양한 형태로 가공할 수 있다. 게다가 생분해성으로 환경 친화적인 소재이다. 이러한 성질로부터 개질 리그닌은 다양한 제품의 소재로서의 활용이 기대되고 있다.

2021년 6월에는 이바라키현 히타치오타시(常陸太田市)에 개질 리그닌의 제조 실증 플랜트가 완성되어 시험 생산을 개시하였고 조기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실용화를 위해 홍보용으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리그닌자(리그닌 + 닌자)’도 제작하였다. 소년 닌자를 통해 개질 리그닌의 원료나 제조법, 그리고 원료로 한 제품 등을 알기 쉽게 소개하는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삼림총합연구소 공식 YouTube에서도 개질 리그닌의 제조 과정을 공개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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