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목재산업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 긴 과정 속에는 값싼 노동력으로 합판을 제조해 국가의 주된 수출 주도산업으로 인정받은 영광스런 역사도 함께 있다. 단판을 깎아 동네에서 말리고 합판공장에다 팔던 고단한 시절을 넘어 노동집약적 산업이 장치산업으로 성장하며, PB와 MDF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2013년까지만 해도 수입원목을 제재하는 시장도 어느 정도 유지됐었다. 이후 마루를 비롯한 다양한 목재제품의 생산과 소비가 증가한 바 있다. 이때만 해도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하지 못한 합판은 결국 쇠퇴했고 반쪽짜리 공장 하나만 남았다. 값싼 국산 원료에 의존하는 MDF 공장은 설비 노후의 한계를 걱정해야 하고 국산 원목의 공급량과 가격에 회사의 명운을 걸어야 할 판이다. 한때 MDF 공장이 경쟁적으로 시설을 늘렸으나 아이러니하게 주변의 제재소들은 문을 닫아야 했다. 합판, MDF, PB로 목재산업을 주도 했던 기업들이 대부분 성장한계에 봉착해 있다. 지금은 목재산업 전반에 성장엔진도, 출구도 보이지 않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2010년 이후 수입·유통이 강세를 보이면서 제조산업은 시간이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있다. 오직 가격일변도의 경쟁만이 지배하는 시장의 파국의 결말을 보고 있다.

목재산업은 생산의 다양성과 차별성 그리고 문화적 기반의 소비가 중요하다. 특히 고급 소비수요의 증가는 더욱 중요하다.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매우 중요하게 보아야 한다.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생산의 다양성과 변화의 역동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조업은 혁신을 못하고 수입유통업체 간의 치열한 가격경쟁은 목재제품의 품질을 떨어트리며, 소비자에게는 가격만 부각시키면서 스스로를 벽에 가두어 버렸다. 이 모든 부정적인 변화 과정은 철근-콘크리트 주거 형태가 60년 이상 주도한 결과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한국의 건설시장은 목재산업이 질적으로 성장하는 바탕이 되지 못했다. 오랜 기간 낮은 단가로 제품의 획일성을 강요하는 시장일 뿐이다. 그래서 우린 목조혁명이 필요하다.

목재산업은 탄소중립시대에 걸맞게 장수명 제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품질을 올리면 가격이 높아져 팔 수 없는 딜레마를 힘을 합해 벗어나야 한다. 강력한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품질위주의 시장 만드는 필사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뭘 해도 안 된다는 패배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목재산업 성장의 가장 큰 숙제는 건설시장 대응과 자국 산림의 이용에 있다. 목재산업은 자국의 임업이 강할수록 힘을 갖게 된다. 값싼 원료시장이 대부분인 현 목재수확은 목재산업의 체질을 바꾸지 못하고 비전이 되지 못한다. 수확의 경제성과 경급 이용체계를 갖추는 데도 투자를 해야 한다. 산림청이 선투자를 하지 않으면 목재산업의 성장 변화는 그만큼 늦어지고 산업경쟁력은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산림정책과 목재이용정책이 한 배를 타고 갔다면 지금의 목재산업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남아있는 자원은 최대한 효율적이고 부가가치 높게 이용하며, 장기적 조림수종 선정과 조림, 육림을 통해 균형과 미래비전을 갖추길 주문한다.

목재산업이 미래비전을 가지려면 나무만 보지 말고 목재산업에 필요한 숲도 키워야 한다. 우리의 산림에서 나오는 목재로도 합판, OSB, 공학목재들을 만들고 제재 생산량을 늘려서 건축재와 집성재도 만들어 다양성과 규모를 갖춰야 한다. 긴 호흡으로 부정적 인식과 고정관념을 깨야 할 시점이다. 지금의 가격 지향적인 시장의 변화 기대와 극복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지향점이 없으면 만회도 못한 채 영세산업으로 전락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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