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어서 나무가 되고싶다.’ ‘나무’라는 수필의 한 구절이다. 나무에 대한 찬양에서 나온 말이지만 죽어서 나무가 된다는 것은 구전동화에서도 착하거나 굳은 심지를 가진 사람에게나 주어지는 일종의 특혜다. 그런 의미에서 ‘수목장’은 이러한 특혜를 얻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현실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장묘문화가 사회와 환경적으로 문제를 낳고 있는 요즘 수목장은 그 대책방안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수목장이란?

자연장의 한 형태로 매장형과 산골(散骨)형으로 나뉜다. 매장형은 말 그대로 시신을 매장하고 그 위에 나무를 심거나 기존 산림의 수목 주위에 봉분이나 비석없이 매장하는 방법이다. 산골형은 화장한 유골을 분쇄해 환경분해용 용기에 담아 나무 밑이나 주위에 묻는 방법으로 선호도가 높은 방법이다. 또 개인, 가족, 공동으로 조성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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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친화적이라는 면을 강조하기 위해 수목장림은 자연상태를 최대한 유지하는 방법으로 행해지는데 부착물이나 편의시설 등의 설치를 최소화 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수목장의 시작

현대 수목장의 시작은 우정(友情)에서 비롯됐다. 1993년 스위스의 전기 기술자 윌리 자우터(Ueli Sauter)는 절친한 친구가 죽자 화장을 하고 나무 밑에 분골을 뿌렸는데, 이렇게 하면 친구는 나무가 되어 영원히 곁에 머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였다. 그는 자신의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인들에게도 보급할 생각을 했다. 다년간의 노력 끝에 1999년 1월 말 정부의 허가를 받아 수목장림 조성 허가를 받았다. 이후 수목장은 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히 행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목장

우리나라는 2004년 9월 고(故) 김장수 고려대 교수의 수목장을 시작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하지만 수목장은 장묘형식의 하나로 구분되어 알려지기 이전부터 이미 영화나 드라마로 우리에게 다가와 있었다. 망자(亡子)와 교감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한 ‘추모 목’은 영화와 드라마의 감동을 배가해 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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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우리 조상들의 아이가 태어날 때 탄생목을 심는 ‘내 나무’와 같은 문화는 우리 정서 깊숙이 자리잡고 있어 인간과 나무의 거리감을 좁혀주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서인지 수목장은 국내에 소개된 지 2년 정도 밖에 되지않은 제도임에도 사람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호응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수목장림의 조성과 관리를 위한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조성지 선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태영 기자 young@wood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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