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도 합판생산이 가능한 자원이 있다

1960년 후반부터 정부의 강력한 산림녹화로 치산녹화는 성공했다. 하지만 조림을 무리하게 진행하다 보니 지역 환경, 소나무는 물론이고 토양에 상관없이 잘 자라는 아카시아와 낙엽송을 많이 심었다. 이런 조림은 용재 측면에서 보면 짐이 되고 있다. 아카시아는 노목(老木)이 되어 고질병에 걸려 죽고, 낙엽송 등은 마땅한 용도 개발이 되지 않아 경제 수종으로 가치가 떨어졌다. 소나무도 재선충(材線蟲)으로 문제 해결이 어렵기도 하지만 50년이 지나도 경제성이 부족한 상황이다. 재선충이 발생하면 입산 통제로 산림 관리가 어렵고 경제림 수령을 넘겨 원목이 고사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사진 5. 국산 합판용재로 사용 가능한 낙엽송.
사진 5. 국산 합판용재로 사용 가능한 낙엽송.

나무는 단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심고 베고 이용하고 다시 심는 과정을 거쳐 50년 이상 걸린다. 경제림을 조성하려면 5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와 삼림 환경이 비슷한 일본은 국산 침엽수 전용공장이 30여 개가 가동 중이다. 2021년 기준 일본 국내 총 합판 사용량의 63.1%가 국내 생산합판으로 317만㎥, 수입합판은 187만㎥이다. 일본에서 생산된 국산 합판은 309만㎥, 국산화율 97%다. 우리나라는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총 합판 사용량은 179만㎥로 수입 합판이 159만㎥이며 11.1%인 수입 원목이나 베니어로 20만㎥의 합판을 만들었다. 어떤 이유로 국산 원목의 합판 이용이 0%일까? 첫 번째 정부의 강력한 재정적 지원과 관심 부족이다.

일본은 삼림보전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 보조금 지급 등으로 삼림을 보전하며 벌목업자(川上)부터 목재제품 제조(川中), 소비자(川下)까지 전반적인 순환 사이클을 일본 임야청(林野庁)에서 직접 관리하고 지원이 필요한 곳은 과감한 지원 정책으로 삼림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삼림정책은 삼림보전이 중심이고 삼림 활용보다 공원 조성, 숲길, 체험장 만들기 등에 예산이 집중돼 있다. 실제 국산재 원목을 사용하고 싶어도 공급의 문제는 남아 있다. 사유림 산주는 낮은 채산성 때문에 벌목을 주저하고 있다. 두 번째는 국산재 원목을 이용해 합판을 만들려는 합판 제조사가 투자 의지가 없다. 침엽수 공장을 갖추기 위해서는 몇백억 투자가 필요하다. 일본 임야청은 국산재 원목 활용공장 투자에 있어 총 투자금 40%를 상회하는 보조금을 무상 지급해 적극적으로 합판공장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림청의 국산재 합판공장에 대한 지원책은 요원(遼遠)하다. 정부 지원정책도 문제지만 현재 국내 합판은 수입합판과 경쟁력에서 밀려 문 닫기 일보 직전에 있다. 몸부림을 쳐보지만 새로운 합판공장을 짓지 않고서는 회생할 수 없는 현실이다. 현재 국내 합판이 11%를 상회하는 점유율은 조만간 10% 이하로 떨어질 날도 머지않았다. 이제부터 남은 합판 회사가 로타리레스와 건조기를 제거하고 수입한 단판으로 합판을 만들어 버티겠지만 궁여지책일 뿐이다. 무리하게 부과되는 관세도 한계점에 다 달았고 이마저 제거되면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합판회사는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둘 것인가? 목재 자원의 이용 흐름에서 판상재인 합판 생산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아니다. 우리나라 합판 제조의 앞날이 어두운 게 사실이지만 해결책은 없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국산 합판공장 건설에 지원을 해야

제일 중요한 핵심은 정부의 과감한 지원 정책과 관심이다. 우리는 아직도 국산 원목 활용 합판공장이 한 곳도 없다. 국산 원목으로 합판 한 장도 만들지 못한다. 국유림(國有林)과 사유림(私有林)의 철저한 관리를 통해 자란 40년 이상 원목은 벌목해 이를 제조사에 원활하게 공급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생산비용을 낮추고 벌목이 수월하도록 임도(林道)를 만들어 나가면서 국산 원목을 활용해 합판을 만들고자 하는 전문가 집단이나 회사에 과감한 보조금 지원 정책을 실시하면 합판공장 건설도 가능해진다. 또한, 국산 원목으로 만들어진 제품은 확실한 국산재 인증 제도를 도입해 우리 국민이라면 자랑스럽게 국산 합판이나 국산 목재제품을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정부 정책과 지원, 제도 확립이 필요하다. 합판제조 회사는 정부 지원만을 기대하기보다 사고의 전환을 통해 국산재를 접근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목재 가공설비를 만드는 회사는 극히 제한적이다. 특히 최첨단 침엽수 전용 합판 설비를 제조하는 회사는 없다. 결국, 합판제조 설비는 해외 전문제조 회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주변 국가의 합판제조 기술은 변한다. 하지만 세 곳 밖에 없는 우리나라 합판공장 현실에서 자체 기술개발에 기대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이럴수록 앞서가는 설비와 기술을 도입해서 우리 원목으로 우리의 합판을 만들어야 한다.

 

순수 국산 합판제조로 국산목재 이용의 획기적 전환점 돼야

사진 6. 최첨단 설비로 완벽하게 갖추어진 합판 재단기와 샌더.
사진 6. 최첨단 설비로 완벽하게 갖추어진 합판 재단기와 샌더.

우리는 일본 합판공장의 변화와 혁신을 보면서 부러움의 대상만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우리가 걸어온 합판생산 역사를 되돌아보면 불가능은 없었다. 따라서 우리의 능력으로 국산원목 활용 합판공장 한 곳도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 세계 삼림 선진국인 우리가 아직도 수입 원목이나 베니어에 의존하고 관세장벽을 세워 합판산업을 유지해야 하는가? 정부는 국산 원목을 충분히 공급해 최적화된 합판 공장에서 국산합판을 하고자 하는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지금이 최적기이다. 기회를 놓치면 그나마 있는 합판공장은 사라지고 수입 완제품 합판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우리 손에 의해 우리 원목으로 만든 합판이 우리 눈앞에서 쓰인다면 목재 이용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우리 손으로 국산 합판을 만들지 못한다는 이유만을 찾아 헤맬 것이 아니라 국산 합판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으로 우리에게 당장 무엇이 필요한지 그 해답을 찾을 때이다.

국산재의 이용에 있어 최상층은 중목구조에 사용하는 기둥과 보 그리고 외장재와 내장재에 필요한 건축재이고 그다음은 바닥, 벽, 천정에 필요한 합판이다. 그다음은 섬유판, 펄프, 에너지용으로 사용되는 것이 다. 따라서 제재용과 합판용 생산 원목의 양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고 에너지로 사용하는 자원을 최소화하는 목재가공 설비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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