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 임산생명공학과 겸임교수 박상범/ph.D
국민대 임산생명공학과 겸임교수 박상범/ph.D

1. 불에 타지 않는 세라믹 목재

전 지구적인 환경 보호 시대를 맞이하여 기존 플라스틱이나 금속을 재생 가능하고 탄소를 저장하는 목재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목재는 불에 타고 습기에 뒤틀리고 미생물에 썩는 소재이다. 이 때문에 화학적으로 목재에 난연성이나 방부성을 부여하는 기술이 진행되고 있다.

겉모습은 천연 목재와 같으나 불에 타지 않는 목재. 이러한 염원을 실현한 것이 바로 세라믹 목재(ceramic wood)이다. 불에 타지 않게 하는 비밀은 목재 내부의 크고 작은 틈새를 물에 녹지 않고 불에 타지 않는 불용성·불연성의 무기물로 빈틈없이 채우는 것이다. 세라믹 목재라는 명칭은 사실 일본인들이 만든 조어이며, 전문 학술적 명칭은 무기질복합화목재(無機質複合化木材) 또는 목재-무기질복합체이다. 영어로는 WIC(Wood-Inorganic Composites)이다.

세라믹 목재는 불에 타는 목재를 준불연재(準不然材, semi-noncombustible material)의 기준을 능가하는 성능을 가지게 함으로서 지금까지 사용할 수 없던 장소에서의 사용이 기대된다. 세라믹 목재는 타지 않을 뿐만 아니라 흰개미에도 강하고, 사람과 가축에 무해하고 그 효과도 길다. 목재 르네상스 시대의 주목받는 신소재다.

세라믹 목재에는 천연목재를 세라믹으로 개질한 리얼(real) 세라믹 목재와 나무의 모양을 모방하도록 설계된 일종의 세라믹 타일 또는 바닥재와 같은 페이크(fake) 세라믹 목재가 있다. 페이크 세라믹 타일은 세라믹 재료로 만들어졌지만 나뭇결, 질감 및 색상 패턴의 외관을 갖도록 만들어졌다. 본고에서는 천연목재를 세라믹으로 개질(modification)한 리얼 세라믹 목재에 대해 기술한다.

그림 1. 천연나무로 만든 리얼 세라믹 목재
그림 1. 천연나무로 만든 리얼 세라믹 목재

세라믹은 비금속 재료로서 고온에서 가열되어 형성되는 물질이다. 세라믹은 특히 내구성이 뛰어나고 열 및 전기절연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세라믹 목재는 내구성, 습기 및 얼룩에 대한 저항성, 유지 관리 용이성을 포함하여 천연 목재 바닥재에 비해 몇 가지 장점을 제공한다. 세라믹 목재 타일은 주방, 욕실, 거실, 심지어 야외 파티오(patio)나 데크(deck)와 같은 내부 및 외부 환경에서 자주 사용된다. 그들은 나무의 미적 매력을 제공하는 동시에 세라믹의 실용적인 이점을 제공하여 내구성이 추가된 나무 모양을 원하는 주택 소유자와 디자이너에게 인기 있는 선택이다.

 

가. 목재는 아름다운 무늬를 가진 난연재료

목재는 탄소, 산소, 수소 및 회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탄소가 50%를 차지하고 있어 불에 잘 타는 가연성(可燃性) 재료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철보다 불에 강한 난연성(難燃性) 재료로 변모될 수도 있다. 단면적이 큰 목재나 구조용 집성재를 사용한 중목(重木, heavy timber) 구조물에 화재가 났을 경우, 목재의 겉 표면은 쉽게 타지만 통상의 화재로는 구조 자체가 붕괴되는 것과 같은 위험성은 거의 없다.

화재 시 온도 상승으로 휘어져서 휨내력(曲耐力) 즉 내하중(load-bearing capacity)을 상실하여 고열에 보호되지 않은 철골(鐵骨, steel frame)과는 달리 대단면(大斷面) 목재는 화재 시 내하중을 잘 유지한다(그림 2). 목재는 표면에 형성된 탄화층(炭化層, char layer)이 목재 내부와 산소의 접촉을 차단함과 동시에, 탄화층은 열전도율이 낮아 화재로 인한 열의 전도를 방해하기 때문에 불에 타서 건물이 한꺼번에 내려앉는 일은 적다.

그림 2. 화재 시 강철과 목재의 모습
그림 2. 화재 시 강철과 목재의 모습

목재는 화재와 같이 고온에 노출되면 발화하면서 열분해가 일어난다. 목재의 열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200℃가 넘어가면 탄소층이 검게 변하면서 탄화층을 형성한다. 이렇게 생성된 탄화층은 화재에 노출되는 시간이 경과할수록 두꺼워지면서 목재 내부로 고온의 열전달을 차단한다. 충분한 열이 목재 내부로 전달되지 않게 되면 휘발성 가스 발생이 억제되고 추가적으로 외부로부터 열원 공급이 없는 한 연소는 중단되게 된다.

화재에 노출된 목재에 형성된 탄화층의 작용으로 목재는 화재 시 고온에 대하여 안전한 성능을 가지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구조재료로써 목재는 화재 시 자신을 태워야 화재에 대응하는 성능을 가지는 것이다. 강재는 화재에 대응하기 위하여 내화도료나 내화뿜칠 등 내화피복재를 반드시 사용하여야 하지만 목재는 열분해로 발생하는 탄화층으로 화재에 대응하는 자연발생적인 피복재를 가지고 있다.

그림 3. 화재 시 목재의 탄화 깊이(이동흡.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2019.06.18.)
그림 3. 화재 시 목재의 탄화 깊이(이동흡.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2019.06.18.)

이와 같이 대단면의 목재가 가진 내화특성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건축물의 방화규정에는 목재표면의 연소로 인한 불꽃과 연기의 발생을 지금까지 규제해 왔다. 건축물의 화재에서는 벽, 칸막이, 천정, 마루판 등의 재면의 내화성능이 문제가 되며,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출입하는 건축물에 사용하는 재료에 대해서는 건축기준법 및 시행령에 의해서, 난연재료 이상의 성능을 가진 재료가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현 상황에서는 이와 같은 장소에서 목재는 사용될 수가 없다. 이러한 이유에서 목재를 타지 않도록 하는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이 시도되어 왔다(안재홍, 2017. 한국목재신문)

지금까지 목재방화(防火)의 주류는 방화제(防火劑)를 목재에 처리하는 것이었지만, 아직까지 성능과 안정성 양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한편 최근의 주택 외벽재료로서 목질계 시멘트판이나 펄프(섬유)시멘트판이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이것들은 목재 본래의 촉감이나 나뭇결의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지 않다.

 

그림 4. 준불연성의 목모보드(좌)와 펄프시멘트보드(우)

일반적으로 다른 재료나 약제를 사용하는 복합화 처리는, 목재의 결점을 없애고 성능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매우 유효한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어 지금까지 여러 가지 방법이 시도되어 왔다. 이러한 방법에는 ① 적층복합(積層複合), ② 난연제·․방부제를 주입하는 함침복합(含浸複合), ③ 주입한 약제를 목재 중에서 변환시키는 생성복합(生成複合)이 있다. 어느 것이나 그 목표는 치수안정성, 난연성, 방부성, 내후성, 내마모성을 부여하는 것이지만, 이러한 목적들은 각각 독립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목재와 결합시키는 복합물로서 특히 함침복합이나 생성복합의 경우, 거의 예외 없이 유기화합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방화성이나 내후성에 문제가 있었다. 또 방화성능을 부여하기 위해 시멘트나 규산칼슘 등 무기화합물을 혼합시킨 보드류가 제조되고 있지만 비강도(比强度)나 가공성이 불량하다. 더욱이 목재 특유의 외관적 아름다움 즉, 목재 고유의 심미적 성능을 기대할 수 없다. 문제는 목재의 촉감이나 나뭇결의 아름다움을 지니면서 목재를 어떻게 난연화(難燃化)시킬 것인가에 있다.

 

나. 땅속에 박힌 목재 전신주는 불연재

오늘날 거의 사라지고 없는 목재 전신주(電信柱, 전봇대, utility pole)의 내구연한(耐久年限, persisting period)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50여 년 전에 설치하였던 전신주를 캐내어 조사한 결과, 수십 년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건전한 것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땅 속에 박혀있던 낡은 전신주에 대한 조사를 끝낸 후 시험재를 소각 처분하는 과정에서 땅 위에 노출된 지상부 목재는 쉽게 연소되었지만, 땅속에 매립되어 있던 지하부는 전혀 소각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를 생각하며 여러 가지를 검토한 결과, 토양은 비교적 높은 수분상태(목재를 부후시키는 부후균에게는 산소결핍 유발)에 있기 때문에 부후(腐朽)가 진행되지 않았으며, 또한 긴 세월 동안 점토상 물질이나 흙 속의 무기성분이 목재 내부로 서서히 침투하여, 세포 내에 침착(沈着, deposition)되어 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연구자들은 발견 당시 매우 흥미 있는 일이라 여겼다. 그리고 오래된 목재 전신주에서 얻은 힌트를 살리려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결과, 불에 타지 않는 세라믹 목재 즉 무기질복합화목재가 탄생하게 되었다.

 

다. 목재 내 무기물의 침착 과정

세라믹 목재를 만들 때는 목재를 구성하는 세포내강(細胞內腔, cell lumen)의 공간뿐만 아니라 세포벽 중에도 불용성 무기물질을 생성하여 목재세포를 완전히 채우지 않으면 안 된다. 왜 불용성 무기물이냐 하면 수용성 무기물이라면 빗물에 의해 쉽게 용탈되어 유기물은 불연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액체가 아닌 고체 상태의 불용성 무기물을 목재 속에 직접 집어넣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수용액 상태에서 목재 속으로 침투가 가능한 2종의 수용성 무기물을 단계적으로 목재 속에 주입한 후, 목재 내에서 서로 반응시켜 불용성(不溶性) 화합물로 변화시키는 방법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이 방법은 목재와 다른 재료와의 복합화 방법의 하나이지만, 단순한 물질적인 혼합에 의한 복합화나 약제 또는 플라스틱계 단일 모노머(monomer, 단량체)의 강제적 주입에 의한 고분자화(복합화, polymerization)와는 다르다. 각각의 성분을 목재 속에 주입하고 반응시켜 새로운 기능을 가지도록 하는 방법으로서 「생성복합(生成複合)」이라는 새로운 사고에 기초한 것이다. 생성복합을 통해 세라믹 목재를 제조하는 방법에는 이중확산법(일명 2액확산법)과 졸겔법(sol-gel process)의 2종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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