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목재공학회 이사, 국민대 임산생명공학과 겸임교수 박상범 박사/ph.D
한국목재공학회 이사, 국민대 임산생명공학과 겸임교수 박상범 박사/ph.D

2. 썩지 않는 세라믹 목재

세라믹 목재는 불에 타지 않을 뿐 아니라 썩지도 않으며 흰개미에게도 강하다. 방부약제의 주입과는 달리 사람과 가축들에게도 무해하고 그 효과도 길어 불연(不燃)목재의 개발이 가져온 획기적인 부산물이다. 목재는 왜 썩을까? 그 원인을 고찰해 보자.

 

가. 목재의 부후원인

목재 부후의 원인을 최초로 밝힌 사람은 독일 임업과학자이자 미생물학자인 로베르트 하티그(Robert Hartig, 1839~1901)였다. 그는 1878년에 목재의 부후는 고등미생물인 균류(菌類)에 의하여 야기된다고 하였고, 또한 이 균류를 목재부후균이라 총칭하였다. 이후 많은 학자들이 목재부후에 대하여 상세히 조사하여, 많은 종류의 균들이 목재에 대해 침해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목재의 부후는 자연 상태에서는 많은 종류의 미생물이 복잡하게 관여한다. 방선균(放線菌), 박테리아, 접합균(接合菌), 자낭균(子囊菌), 불완전균(不完全菌), 담자균(擔子菌) 등이다. 이들 중 1종류의 균이 처음부터 끝까지 목재에 정착하여 부후시키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미생물 천이(微生物 遷移, microbial succession) 현상이 반드시 나타나게 된다.

또 건전한 목재에 균류의 포자(胞子, 식물이 무성생식을 하기 위해 형성하는 생식세포)가 공중에서 날아와 떨어진다. 거기에 적당한 수분과 온도가 주어지면 발아하여 균사(菌絲, hypha)가 되고, 목재 중의 수용성 성분(당, 전분, 아미노산 등)을 영양원으로 하여 신장(伸長) 생장을 하게 된다.

 

나. 수분과 영양의 차단

앞에서 소개한 것과 같이 목재부후균이 목재 중에서 생육하기 위해서는 영양, 온도, 수분, 공기의 조건이 필요하고, 이 조건 중의 하나라도 부족한 경우에는 균류가 생육하지 못하여 목재의 부후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들 조건에서 온도나 공기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은 좁은 범위 혹은 한정된 공간 이외에는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목재가 부후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영양이나 수분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면 된다.

먼저 영양에 대하여 알아보자. 부후균이 생장․증식하기 위해서는 목재세포벽에 균사를 침투시킨 후, 효소의 활동으로 목재성분을 분해하여 에너지원과 자신의 균체를 만드는 재료로 이용하지 않도록 하면 된다. 결국 목재의 세포벽을 구성하는 성분인 셀룰로오스나 헤미셀룰로오스가 효소의 작용으로 당(糖, sugar)으로 분해되어 균에 이용된다. 따라서 부후균의 생장과 증식을 막아 목재를 썩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목재세포벽이 이와 같은 분해를 받지 않도록 어떠한 처리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많이 실시되고 있는 처리는 방부제(보존제)를 목재에 가압 주입하는 것이다. 목재방부제는 균을 살균하고 균의 생육을 방해하기 때문에 목재가 균이 생육할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하게 한다. 목재방부제로 사용되고 있는 약제의 종류는 대단히 많고, 최근에도 새로운 방부제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목재방부제에는 살균제뿐만 아니라 살충제가 함유되어 있고 방부․방충성능을 겸하는 것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인축(人畜)에 대한 독성이 큰 문제점이다.

둘째로 수분에 대하여 알아보자. 목재에 부착되어 생육하는 균류는 목재 내부에 수분이 존재하여야 생육이 가능하다. 목재 내의 수분상태에는 자유수(free water)와 결합수(bound water)의 2가지가 있다. 자유수는 목재의 세포내강이나 다른 공극에 액체로 존재하는 수분이고, 결합수는 세포벽 중에서 목재성분과 물리․화학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수분이다. 부후균의 생육에 필요한 것은 자유수이며, 기건재(함수율 15%)에서는 결합수만 있고 자유수는 없기 때문에 부후균은 생육하지 못한다. 목재의 함수율이 섬유포화점(함수율 28%전후)에 도달하면 자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부후는 함수율이 그 이상을 넘어야 시작된다.

이와 같이 부후와 수분은 대단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찰의 목조건축물들이 오랜 동안 부후되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것은 목재가 건조 상태로 잘 보존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재가 수분을 흡수하지 않는 방법이 개발된다면 약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가능한 목재방부의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다.

 

다. 균사의 침입과 무기물

세라믹 목재가 어떻게 방부성능을 지니는가? 그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아마도 세라믹 목재의 목재 세포벽 중에 있는 불용성 무기물이 균사의 침입을 물리적으로 방해하기 때문으로 여겨지고 있다. 균사가 세포벽을 분해하지 못하면 영양분을 얻을 수 없어 생육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교적 부후가 용이한 너도밤나무재(beech wood)에 대하여 실험한 결과, 무처리 목재는 33~41%의 중량이 손실된데 비하여, 세라믹 목재는 0~2%로 거의 중량감소가 없어 부후에 강하다는 것이 실험으로 증명되었다. 흰개미의 식해(食害)에 대하여도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수용성 방부제를 주입한 목재와 거의 같은 내의성(耐蟻性)을 나타냈다.

세라믹 목재는 약제처리 목재와는 달리 인축(人畜)에 무해하고 무기물과 복합되어 있기 때문에, 그 효과는 오랜 기간 동안 계속된다. 불에 타고 썩는 것은 목재가 지닌 숙명적인 결점으로 여겨져 왔다. 이 2가지 결점을 극복한 세라믹 목재는 목재의 용도를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세라믹 목재의 횡단면 확대 사진(세포내강과 세포벽의 공극을 메우고 있는 무기물(백색부분)이 균사의 침입을 막는다고 여겨짐)
세라믹 목재의 횡단면 확대 사진(세포내강과 세포벽의 공극을 메우고 있는 무기물(백색부분)이 균사의 침입을 막는다고 여겨짐)

 

3. 세라믹 목재의 최신 연구

가. 도자목재

중국에서는 세라믹 목재를 도자목재(陶瓷木材)라 부르며, 백과사전에서는 도자목재의 제조법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목재의 물리·기계적 특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목재를 물유리 용액 또는 테트라에틸실록산(TEOS)에 담그고 일정 시간 후에 꺼내어 70°C에서 건조하여 얻을 수 있다. 또한 포화황산알루미늄이나 유기알루미늄용액에 담갔다가 일정시간 경과 후 꺼내어 최종적으로 70℃에서 건조시키면 보다 우수한 성능의 세라믹 목제품을 얻을 수 있다. 도자목재는 나무의 색상, 광택, 나뭇결을 가지고 있으며 나무를 가공하는 방법으로 가공할 수 있다. 무게 증가는 30%에서 60%이며 내화성이 크게 향상된다. 치수안정성과 흡습성 팽윤도 개선된다. 경도는 약 120%, 강도는 20% 이상 높일 수 있다.

중국 특허(CN1263810A. 陶瓷复合木材的制备方法及制品)에 기술된 도자목재의 제조법에 대해 살펴보자. 세라믹 전구체를 이용하여 세라믹 목재를 제조하는 데 있어서 화학적 방법을 이용하여 알콕사이드와 커플링제의 가수분해 및 중축합을 촉매하고 관련 반응에 참여할 수 있는 무기첨가제 염기를 규소 함유 알콕사이드와 실란의 용액에 도입하는 것이다. 개질된 전구체 용액을 목재에 가압 주입하고, 열처리에 의해 경화시킨 후, 그 자리에서 목재로 변형시켜 세라믹 목재라고도 불리는 세라믹 나노복합재료를 형성하는데, 본 발명에 의해 제조된 목재는 목재 고유의 형상을 유지한다. 목재 및 가공 가능 성능, 기계적 특성, 난연성, 치수 안정성 및 곰팡이 저항성이 포괄적이고 크게 향상되었다. 본 발명은 목재, 특히 성장 속도가 빠른 침엽수를 강화하고 최적화하여 활엽수 목재 자원의 부족을 보완할 수 있다.

세라믹 목재나 도자목재를 다시 고온(약 900°C)에서 무산소 탄화(소성)하면 목질부는 탄화과정에서 수분과 휘발성분이 모두 사라져 숯으로 남게 되고, 무기염은 고형화하여 다공성을 가진 새로운 세라믹 목재 또는 도자목재가 만들어진다. 이 다공성 도자목재는 비표면적이 커지게 되어 필터재료 또는 촉매지지대(catalyst support)로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제조된 다공질 목질계 탄소재료를 일반적으로 우드세라믹스(wood ceramics)라고 부른다. 일본 아오모리현 공업시험장에서 처음 개발되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Byrne과 Nagle에 의해 개발된 탄화목재(cabonized wood)도 우드세라믹의 일종이다(Carbon Vol. 35, No. 2, pp. 259-266, 1991). 한국에서는 저자에 의해 ‘목질패널류를 이용한 유해 VOC(휘발성유기화합물) 흡착 탄화패널 및 그 제조방법’이 특허로 등록(2007)되었다. 시판의 섬유판, 파티클보드, 합판 등의 목질재료를 800℃의 고온에서 쪼개짐 없이 원형 그대로 탄화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로 만들어진 탄화섬유판은 실용화되었다. 고온에서 탄화하여 제조된 우드세라믹스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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