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형운 발행인
윤형운 발행인

◇ 윤형운 본지 발행인

목재인 여러분! 한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렇게 힘든 때가 언제 있었을까 싶습니다.

업계에서는 십년 가까이 “힘들다”는 말이 안 나온 해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은 힘들다는 말보단 “절망스럽다”라는 말이 나오는 해였습니다.

합판제조사 2개가 생산을 중단해 1개사만 남았고, MDF와 PB사도 극심한 수요침체와 원자재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생산환경은 최악이 되었습니다. 한국목재산업의 대표기업군이 설비의 노후와 함께 좌초될 운명에 처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목재수요는 수치만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이나 바이오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존의 원목과 제재 그리고 연관제품들의 수요는 매년 줄어들고 있습니다. 목재사용량의 감소는 이미 추세가 됐습니다. 이런 이유의 대부분은 건설산업의 목재 사용량 감소 때문입니다. 이미 거푸집의 합판수요는 10여 년 전부터 급감했고 내장재와 천정재, 문과 문틀, 외장재 등은 화재관련 법규로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방염필름과 MDF 조합으로 수요를 이끌어 왔던 시장도 이제는 과거로 돌아가기 어렵게 됐습니다. 치열한 가격경쟁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마루시장도 여기저기 건설현장에서 대규모 하자 발생으로 기업의 존폐까지 위협하는 수준입니다. 줄어든 수요에 공급은 넘치고 시장은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입니다.

저가경쟁은 ‘상생의 밥그릇’을 깨버리고 되돌아 갈 수 없는 피해를 끼치고 최종적으로 소비자들마저도 등을 돌리게 합니다. 산업경쟁력은 점점 낮아집니다. 과욕이 일상화 돼 있는 시장에서는 공급은 넘쳐나고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이 일상화됩니다. 그나마 운 좋게 지가상승으로 버티어 왔던 기업들도 이젠 더 이상은 기댈 곳조차 없어지고 있습니다.

공급초과-저가경쟁의 악순환을 끊어야 합니다. 이제부터라도 품질경쟁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품질경쟁을 하면 허위표시나 미표시된 제품은 점점 팔리지 않게 되고 이윤은 커지고 서비스는 좋아지고 소비자는 목재제품을 더 찾게 됩니다. 탄소중립시대에 맞는 품질 좋고 오래가는 목재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고 현재 시점으로 기업의 반은 사라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목재는 역사소재이자 문화 그 자체입니다. 단순한 재료로 치부할 수 없고 태워없애서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소재는 더욱 아닙니다. 소재에 역사와 생명을 불어넣고 이를 스토리텔링해 값비싸게 살 수 있는 소비자들을 늘려나가야 목재산업의 경쟁력도 살아나고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단단한 기초가 생성됩니다. 품질시대를 열어야겠다는 의지가 강하면 강할수록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형사처벌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드리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건설사를 상대로 제값 받기 문화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타 산업 대비 단합력이 약한 목재기업들이 이제부터라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납품가 정상화를 가로막는 건설사를 상대로 납품을 거부할 정도의 각오가 없다면 가격경쟁의 늪에서 나올 수 없다는 것을 각인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건설사 납품 목재제품 가격은 더 이상 낮출 수 없는 한계점에 이르렀습니다. 지나친 경쟁으로 기업은 재투자할 여력이 없습니다.

후대에도 이런 시장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품질경쟁시대로 옮겨 가야 합니다. 시장에서는 과잉을 줄이고 저품질 제품을 퇴출시키고 품질 좋은 제품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전환해야 목재산업이 살게 됩니다.

갑진년에는 품질경쟁시대로의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는 해가 되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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