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5일 킨텍스에서 수입합판 국내가공 KS 인증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KS 인증 심사 권한을 가지고 있는 한국임업진흥원이 주관한 행사였다.

요점은 해외합판공장을 KS 수준으로 품질 관리를 하고 합판의 전 공정 중 90% 과정에 해당하는 열압을 마친 미재단 합판을 수입해 재단과 사상 공정으로 거치고 경우에 따라서 폼알데히드 저감처리를 거치면 KS 인증 합판이 되느냐다. 이런 요구가 가능한 것은 2015년 KS 인증관련 기준이 개정되면서다. 소재나 공정, 품질관리 등 대부분이 품목에 따라 명시돼 있는 것을 사내표준을 철저히 하면서 자율성을 주는 방향으로 외주가공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정 배경에는 시대의 변화로 가공방식이나 공정 등을 상세히 기술해 명시할 수 없는 발전이 이뤄졌기 때문에 과거의 기준으로 다 담는데 한계가 작용했다고 보아야 한다.

공장 인증심사 부분에서 합판공장은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인가. 절동-절삭-건조까지 하면 단판제조 공장에 해당한다. 여기에 접착-냉압-열압-재단-사상까지 더하면 합판공장이 된다. 완전한 합판공장은 박피-자비-절동-절삭-건조-단판보수-접착-냉압-열압-재단-사상라인을 갖춘 공장이다. 단판제조공정을 외주 가공으로 볼 수 있어도 그 외는 외주가공으로 분리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전혀 없는 라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현시점에서 물류의 비용은 과거와 다르기 때문에 물류비용을 줄이는데 기업들은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박피-자비-절동-절삭-건조-단판보수-접착-냉압-열압공정까지를 외주가공이라고 보아도 되는지가 이 논란의 핵심이다. 여기까지가 합판생산 공정의 90% 이상을 담당한다. 재단과 사상라인은 전체 설비비의 5%도 안 되는 공정이다. 이는 합판공장으로 볼 수 없고 합판을 가공하는 공장이다. 결론적으로 KS 인증은 가공공장에서 결정되는 게 아니라 그 이전 공정을 중심으로 인증돼야 하는 것이라고 본다. 합판제조의 특성이 그렇다. 국내 합판제조업체가 생산을 중단하고 더 이상 가동하지 않을 거면서도 미재단 수입합판(KS 수준으로 공장 품질관리)을 들여와 재단과 사상 가공으로 KS를 인정받으려는 것은 터무니없는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

미재단 합판을 수입할 때 품목분류는 HS 4412(합판)가 아닌 HS 4408(단판)으로 수입할 수는 없다. 결국 합판(HS 4412)을 재단하고 사상하는 거다. 수입합판을 아무리 재단하고 사상가공을 해도 수입합판인 것이다. 결국 원산지는 국산이 아닌 수입산이다. 재단과 사상만으로 국산KS를 인증 받을 수 없다면 미재단 합판을 수입산 KS로 인증을 받으려는 시도는 시장만 어지럽게 할 것이다. 만일 KS 품질수준의 수입 미재단 합판을 재단과 사상 공정을 거쳐서 KS를 받는다면 그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재단기와 사상기만 놓고서 KS를 인정해 달라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고 해외합판공장에서도 유사하게 KS 인증으로 요구하면 안 들어줄 수 없는 부작용이 속출하게 될 거다. 더 문제는 KS합판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지고 이렇게 되면 가격 차별화도 시장 확대도 모두 손 놓아야 할 것이다.

국내 합판회사들이 수년간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어렵게 합판생산의 맥을 이어오다 2023년 온전한 합판공장 하나 없는 현실이 됐다. 설비투자 시점을 놓쳐서 낙후설비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직면해버렸다. 이를 두고 수입합판의 저가 저품질이 한몫했음을 피할 수 없겠지만 목재산업 전반적으로 설비투자를 외면하는 기조가 더 문제이지 않나 싶다.

국산재공급, 정부정책지원, 설비투자, 소비증대 등 목재산업이 살아갈 수 있는 기초가 부실해진 점이 더 크게 작용했다 보아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목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