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불을 진압하기 위해서도 여러 소방장비와 대형헬기가 필요하다. 산불피해목을 처리하기 위해서도 여러 설비가 필요하다. 이 부분은 절대 간과돼서는 안 된다. 중경급 이상의 산불피해목은 바깥쪽 탄 것만 처리하면 얼마든지 건축재나 조경재로 이용이 가능하다. 이때 필요한 설비가 박피기다.
집하장에 박피기를 설치하여 탄 부분을 제거하여 제재소로 보내면 수피가 붙은 원목보다 오히려 더 나은 원목이 된다. 이 박피 원목은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 산주에게도 이익이요, 시세보다 낮게 매입하는 제재소에도 서로 이익이다. 또한 건조설비를 늘려서 제재 가공한 제재목을 건조하여 창고에 비축하는 방법으로 제재목 생산을 원활하게 하는 ‘건조재 비축창고’ 운영하면 산불피해목의 생산과 유통에 많은 도움이 된다.
재선충감염 지역에 산불이 난 경우 산불피해목은 훈증처리보다 마이크로파처리가 더 유용하다. 훈증처리는 14일 정도 시간이 걸리지만 마이크로파 처리는 한 시간 이내면 된다. 훈증에 비해 인력과 비용 절감을 크게 할 수 있다.
반출이 그만큼 쉬워진다. 마이크로파 처리로 재선충이 한 시간 내 사멸되면 이동이 금지된 다른 지역으로 이동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집하장의 공간 운용에도 매우 도움이 된다. 재선충 피해지역의 산불피해목은 단척재가 아닌 장척재로 재단하여 집하장으로 옮겨서 마이크로파 처리를 하면 단계적 이용에 큰 도움이 된다.
결국 박피기와 마이크로파 처리기, 건조기가 있으면 산불피해목의 가치를 수십 배 올릴 수 있고 이는 산주의 이익으로 돌아가게 된다. 정상목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입하여 제품을 만드는 목재가공회사들도 경제성이 높아져 큰 기회가 된다.
산림청은 기존 관행만 고집하지 말고 새로운 처리방법을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50년간 산림을 지켜온 산주에 대한 산불피해에 대해 보상이 가능하다. 산림청은 긴급벌채나 산불피해목 벌채에 소요되는 예산만 필요한 게 아님을 주지해야 한다. 얼마 들지 않은 박피기, 마이크로파 재선충 사멸 설비만 있어도 산불피해목이 벌채 후에 재차 태워지는 일이 적어질 것이다. 이것이 단계적 이용의 핵심이다.
이번 산불은 피해규모가 워낙 커서 올해 안에 모두 처리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용재로 이용할 수 있는 목재를 집하장에 최대한 끌어모으고 가공해서 건조한 상태로 비축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수종에 따라 최종 이용 제품이 달라지겠지만 일정 경급 이상의 용재는 장재로 가능하면 벌채 후 재단하고 직경이 큰 단척 소나무나 활엽수재도 제재 후 집성해 이용할 수 있도록 집성 설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대형산불을 대비해 첨단 제재설비, 첨단 집성재 제조 설비에 대한 투자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국산목재가 시장을 넓히기 위해서 구시대적 가공이 아닌 첨단 설비로 경제성과 품질을 만족시켜 주어야 한 발짝이라도 전진할 수 있다.
국산목재로 합판, LVL, 구조목, 집성판, 집성재, CLT를 대량으로 제조할 수 있음에도 불구 하고 시설투자가 안 돼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상황을 타계하지 않으면 임업도 목재 산업도 지속가능하지도 못한다.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영원한 나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제재용으로 이용하는 원목은 60만㎥ 정도로 13~15%를 밑돌고 있다. 이 수치가 200만㎥ 가까이 돼야 산업다운 위상을 지니게 되고 나무를 심어 소득을 올리고자 하는 임업인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다.
자급률 42%를 상회하는 일본의 자국산 목재 이용 사례처럼 산림청이 목재이용에 대해서 보다 긴밀하게 과감하게 효용성 높은 정책을 개발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