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산림은 단순한 녹지 공간이 아니다. 초대형 산불과 산사태가 매년 반복되고,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규모가 급격히 커지는 지금, 산림은 국가 안보와 국민 생명을 지키는 전략 자산이다. 그러나 현실의 대응 체계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산림청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외청의 지위에 머물러 있으며, 예산과 조직은 시대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재난 대응은 물론, 국산목재의 전략 자원화라는 시대적 과제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
경북·경남·울산의 초대형 산불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한 번의 화재가 십만 여 헥타르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고 문화유산 소실과 수백 채의 집이 타고 사망 32명, 부상 54명의 인명 피해는 물론 1천6백만 입방미터의 목재 자원에 피해를 주었다. 복구에는 수천억 원이 투입됐지만, 피해를 체계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은 부재했다. 산사태 역시 매년 같은 양상을 반복한다. 이는 일회성 자연재해가 아니라, 반복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국가 자산을 잠식하는 심각한 위기 요인이다. 지금의 구조로는 산불·산사태 대응이 해마다 '임시방편'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산림의 전략적 가치가 국가적 차원에서 활용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오늘날 목재는 단순한 건축 자재가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이후, 목재는 이미 국가간 무기화된 자원이다. 주요 수출국들은 자국내 사용을 우선시하며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한국이 국산목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한다면, 대형 산림재해로 인한 자원 손실과 맞물려 국가적 자원 안보에 심각한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국산목재의 대부분을 펄프나 칩, 저가 연료로 소비하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적 전략 자산을 제값 받지 못하는 현실 자체가 이미 정책 실패다.
이제 선택은 분명하다. 산림부 승격 없이는 기후위기 시대를 견딜 수 없다. 독립 부처가 되어야만 재난 예방·대응·복구를 통합 관리할 수 있고, 국산목재의 생산·유통·가공을 국가 전략과 연계해 새로운 산업 성장 동력으로 만들 수 있다. 나아가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국제 협상에서도 발언권을 높일 수 있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도 같다. “지금의 산림청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목재산업 성공국으로 가려면 산림부가 필수다”, “산림부 승격은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라는 지적이 이를 대변한다.
산림부 승격은 단순한 조직 확대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산림청이 ‘녹화와 자원 조성’에 머물렀다면, 산림부는 재난, 산업, 환경, 탄소중립을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가 되어야 한다.
대형 산불과 산사태에 대비한 전문 연구기관 설립, 탄소흡수원 관리 강화, 목재산업 기술·인력 육성까지, 산림부는 국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드는 주체가 될 수 있다. 특히 국산목재 산업화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가 에너지와 탄소중립을 동시에 해결하는 미래 전략이다. 이를 더 미루는 것은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산림부 승격 논의를 미룬다면, 이는 시대착오이자 명백한 정책 실패다. 산림 재난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고, 목재 산업화는 국가 경쟁력의 문제다. 늦어질수록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그 책임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온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나 주저함이 아니다. 산림부 승격 논의를 즉각 시작해야 한다. 더 이상 미룬다면, 그것이야말로 국가적 불행이자 미래 세대에 대한 무책임이다. 산림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격상시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시대의 명령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