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최근 국회에서 열린 ‘산림경영 토론회’는 이재명 대통령이 7월 29일 국무회의에서 던진 몇 가지 질문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는 나무를 심을 때 주로 침엽수를 심는다. 활엽수가 화재에 강하다. 경제성도 굳이 침엽수가 낫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 산주소득이 1ha당 100만원도 안 되면 나무를 왜 심는가? 벌목이 산사태 원인 아니냐? 왜 산에서 30년 된 나무를 베고 새로운 묘목을 심느냐”라는 도발적 물음들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환경론자들은 산림정책과 예산에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최병성 기후재난 연구소 상임대표와 부산대 홍석환 교수 등은 소나무 조림. 모두벌채, 임도 등 산림경영이 산림재해를 유발한다는 논리를 강하게 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산림과 재난의 관계를 단순화시킨 나머지, 핵심을 놓치는 위험이 있다. 나는 이 토론회에 방청객으로 참석했다. 현장은 날카로운 발언과 감정이 오가는 뜨거운 자리였다. 하지만 그 속에서 한 가지 분명하게 느낀 점이 있다. 재난 대응과 산림경영은 본질적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영역을 한데 묶어 원인을 규정하는 순간, 과학적 분석도, 정책의 나침반도 흐려진다. 산불과 산사태는 주로 기후와 지형, 토양 조건, 관리 수준의 문제이지, 단일 수종이나 개별 경영기법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본론
산불은 수종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강한 바람과 건조한 날씨에서 발생하는 산불은 침엽수든 활엽수든 가리지 않고 번진다. 2023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산불, 2020년 호주 산불, 미국 캘리포니아와 포르투갈의 대형 산불은 다양한 수종의 혼합림에서도 발생했다. 오히려 하층식생 관리가 안 된 숲, 장기간 건조로 낙엽·고사목이 쌓인 숲이 더 위험하다.
산불의 주요 변수는 기상 조건(온도·습도·풍속), 연료량(낙엽·마른 가지), 바람 방향과 속도다. 특정 수종만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복합적인 산불 메커니즘을 무시하는 것이다. 과학적 통계와 현장 사례는 “소나무 숲이라서 불이 더 크게 번졌다”는 주장에 근거가 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형 산불은 침엽수, 활엽수림 막론하고 피해를 준다.
솎아베기는 숲을 살리는 기본 경영
솎아베기는 목재생산림에 수목의 생장 경쟁을 완화해 건강한 나무를 남기고, 비대생장을 촉진하여 고품질 목재를 얻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연간 솎아베기 면적은 필요한 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빽빽한 숲은 통풍이 나쁘고, 특히 하층의 밀집된 작은 나무와 가지가 ‘사다리 연료’ 역할을 해 산불의 위험이 높아지고 병해충을 더 발생한다.
일본은 정부 주도로 간벌·수확을 연계한 체계적 산림경영을 추진 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은 5~10년 주기로 솎아베기 상태를 재점검한다. 이는 단순한 벌목이 아니라, 장기적인 목재 품질과 경제성, 그리고 재해 저감을 위한 투자다.
임도는 산림의 ‘혈관’
임도는 조림, 솎아베기, 수확, 운반, 재난 대응 등 모든 산림활동의 기반이다. 독일의 임도밀도는 ha당 54m, 일본은 24m지만, 한국은 4.1m에 불과하다. 이 격차는 단순한 숫자 문제가 아니라, 생산성·경쟁력·재난 대응 능력의 차이로 이어진다. 홍석환 교수의 산림도로밀도 기준으로 51m/ha는 산림경영에 필요한 임도를 반영하는 수치는 아니다. 산림이 많고 국토가 좁은 나라의 특징일 뿐이다.
임도가 부족하면 장비 접근이 어려워 벌채와 운송 비용이 최대 3배까지 올라간다. 이는 목재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결국 산주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산불 진화나 산사태 대응에서도 임도는 필수 진입로이자 방화선 역할을 한다. 또한 임도를 산사태의 원인으로만 단정하는 것은, 도로가 있다는 이유로 교통사고가 많다고 하는 것과 같다.
백만원이 될 수도 천만원이 될 수도
일부에서 말하는 “1ha당 연간 100만원도 안 된다”는 주장은 한국 사유림의 일부 현실을 반영할 수 있지만, 모든 사유림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ha 당 수천만원의 수익을 낸 산림도 존재한다. 모든 기업을 하나의 수치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처럼 산림경영도 그렇다. 사유림은 면적, 경영 여부, 지역 여건에 따라 편차가 매우 크다. 방치된 산림과 적극 경영하는 산림의 수익을 평균값 하나로 단순 비교하면 왜곡이 발생한다. 산림경영다운 경영이 부족한 시점에서 산주의 수익성을 논한다는 것 또한 시기상조다. 지금은 산림소득을 높일 수 있는 투자와 지속적 경영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할 단계다.
산림의 소득은 나무 수확만 아니며 산림작물, 레저, 체험, 교육 등 다양한 산림경영 활동을 통해 복합적 수익을 창출해 가는 점을 잊어서도 안 된다.
재해는 벌채·임도와 무관하게 발생한다
태풍, 집중호우, 폭설은 천연림과 인공림을 가리지 않는다. 우리나라 산림의 토양은 깊이가 0.5~2m로 얕고, 토양을 지탱하는 기반암 표층이 모래처럼 풍화돼 비탈면이 약하다. 이는 산사태 위험을 구조적으로 높인다. 실제로 임도나 벌채와 무관하게 발생한 산사태 사례는 많다. 원인을 단일 요소로 환원하는 것은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목재 가치가 산주 소득의 핵심
산주의 소득은 목재의 시장 가치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국내 목재가공 설비는 생산 효율, 자동화, 제품 다양성 면에서 선진국 대비 크게 뒤처져 있다. 쓸만한 목재가 연료로 사용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굵은 참나무도 장작으로 대부분 쓰인다. 벌채 장비도 기계화율이 낮아 생산성이 떨어지고 인건비가 높다. 이런 구조에서는 국산목재가 수입재와 경쟁하기 어렵다.
산림 경영 부재의 50년
1970년대 대규모 조림으로 녹화에 성공했으나 우리에겐 산림은 소득보다 보호가치가 더 컸다. 이제 50년이 지나 수확 시기에 들어섰다. 그러나 심고-가꾸고-베고의 순환 경영 체계는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산림을 보호로만 보는 국민인식이 너무 강해 수화(벌채)에 대한 부정인식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다. 이제 산림경영에 눈을 돌려야 한다. 숲은 심는 것만큼이나, 계획적으로 수확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과밀·노령화로 건강성을 잃게 된다. 재선충 창궐을 보라. 관리되지 않은 산림은 풍요의 상징에서 순식간에 재앙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
재난과 경영은 분리해 접근해야
산불·산사태 같은 재난은 재난관리 체계에서 다뤄야 하며, 산림경영은 별도의 산업·생태 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혼동하면 재난 예방도, 산업 발전도 모두 실패한다. 유럽 국가들은 재난 대응 부서와 산림경영 부서를 명확히 분리해 효율을 높인다.
목재자원 무기화, 자급률 제고 대비해야
목재자원의 무기화는 국제 무역과 자원 전략에서 점점 더 중요한 개념으로 부상하고 있다. 풍부한 산림을 가진 국가는 목재를 단순 원자재가 아닌 국가 경쟁력과 외교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 러시아는 제재 국면에서 원목 수출을 제한해 시장 가격과 공급망에 직접적 영향을 주었고, 캐나다·미국 간 침엽수 목재 분쟁은 관세 압박과 아울러 미국 목재자원 공급확대과 이용 산업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 목재 자급률이 17% 안팎으로 낮아 수입 의존도가 높아, 주요 수출국의 정책 변화에 취약하다. 따라서 국산목재 산업화를 통한 자급률 제고, 안정적 공급망 확보, 가공설비 현대화가 필수다. 목재가 탄소저감과 녹색건축의 핵심 소재로 부상하는 만큼, 이를 국가 전략자원으로 인식해야 한다. ‘목재자원공사’와 같은 전담기구를 통한 계획적 확보·관리·유통 체계를 갖춰야 국제 시장 변동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원 안보를 실현할 수 있다.
국산재 제조산업 인프라 확충이 급선무
우리 산에 흔한 직경 15~20cm의 소경목도 합판, LVL, CLT, 집성재, 구조재 등으로 가공하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대다. 전 세계서 인공림의 확대로 소·중경목을 이용하는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 산림경영이 부실해 양질의 목재가 부족한 환경에서 첨단가공기계들의 등장은 우리나라에겐 기회다. 자원의 핸디캡을 극복할 기회다. 일본 닛신합판은 소경목 합판으로 연간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오스트리아의 CLT 공장은 건축자재 수출 효자로 자리 잡았다. 공학목재 시장은 2024년 3,010억 달러에서 2030년 4,050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제 우리도 국산목재를 고품질 건축자재로 전환하는 가공·유통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매년 2~3천억씩 5년 정도 투자가 필요하다. 이렇게 하면 제품량으로 150~200만㎥를 추가로 생산할 수 있다. 산주는 소경목도 톤단위가 아닌 입방미터 단위로 팔아 소득을 50% 이상 더 올릴수 있다.
‘목재자원공사’ 설립 제안
수확된 목재의 수집·선별·보관·공급을 전담하는 ‘목재자원공사’가 필요하다. 이는 품질 표준화와 안정 공급망 구축의 허브가 될 수 있다. 공급의 안정성이 없이 기업의 설비투자를 기대할 수 없다. 목재자원공사가 국산재 이력을 관리하면 합법목재 인증 관련해 수출에도 도움이 되고 제조업체엔 공급 안정성과 맞춤형 원료공급으로 경쟁력의 핵심이 된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산주들이 소규모 분산 소유 구조 속에서도 지역별 조합이나 컨설팅 네트워크를 통해 목재 공급을 활성화해 왔고, 핀란드에서는 민간 산주가 전체 목재 공급의 약 80%를 차지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목재자원공사’와 같은 조직을 통해 한국에서도 사유림 기반의 자급 자립 역량을 높이는 방안을 시사한다.
결론
산림정책은 감정적 논쟁보다 과학적 근거와 국제사례에 기반해야 한다. 임도, 솎아베기, 계획벌채는 숲을 파괴하는 도구가 아니라, 숲을 살리고 산주와 국가경제를 살리는 수단이다. 재난과 경영을 구분하고, 산업 인프라를 확충하며, ‘목재자원공사’와 같은 국가 차원의 실행 조직을 가동할 때, 한국의 숲은 재난에도 강하고 경제에도 기여하는 지속가능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이 모든 논란은 ‘목재자원공사’ 설립과 ‘첨단목재가공설비’ 도입으로 국산목재가 연료에서 건축자재로 전환되면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국산목재 자급률을 두 배로 올리면 수입대체 효과가 발생하여 2조 이상의 외화유출을 막을 수 있다. 제재부산물로도 발전 연료용 목재 공급문제, 지역마을과 생산공장의 에너지 문제가 해결된다. 고부가가치 건축소재 생산확대, 목조 건축과 목재치장 그리고 조경용 목재까지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공급이 가능해져 산주도 산업도 소비자도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이를 이산화탄소 감축효과와 저장효과로 연결시키면 국가의 탄소감축목표에도 세 배 이상 기여하게 될 것이다. 건축자재 생산전환을 하면서 임도를 더욱 확충해 조림과 육림 비용을 낮춰주고, 수확기계 첨단화를 통해 수확비용을 지금의 1/3로 낮추는 정부지원도 필수적이다. 산림경영의 혁신, 공급의 혁신, 생산기반의 혁신, 수요의 혁신을 통해 국산재 자급률을 건강하게 올려서 산림환경 유지와 산림경영 소득증대 두 마리의 토끼도 함께 잡을 수 있는 시대로 가야한다.
산림은 복합적 기능을 한다. 국토의 63%나 되는 산림 중에 생산임지, 경제림은 적극적으로 이용하되 생태환경 해치지 않는 계획하에서 산주소득도 목재생산도 극대화해 나가야 한다.
현재만 보면 어떤 답도 정답이 아니며 그 답은 지금의 변화와 미래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