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범 / 국산목재이용기술협회 정책위원장
박상범 / 국산목재이용기술협회 정책위원장

“국산목재 활용 확대는 목재주권 확보의 핵심이다.”

최근 김인호 산림청장의 이 발언은 단순한 정책적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대한민국 산림의 미래를 향한 전략적 통찰이며, 우리가 가꾼 숲의 가치를 온전히 되돌려받기 위한 국가적 선언이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국토 녹화 성공을 이룬 대한민국은 분명 산림강국이다. 그러나 목재 자급률은 여전히 18%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이는 우리가 직접 조성한 산림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목재주권 회복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시대적 책무이며, 지속가능한 국가 운영을 위한 필수 과제다.

‘목재주권’이란 자국 내 산림자원을 기반으로 목재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하며, 활용할 수 있는 국가적 역량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자원 확보를 넘어, 경제적 자립과 환경적 지속가능성, 그리고 지역사회 회복력까지 포괄하는 복합적 가치체계다. 국산목재는 단순한 건축 자재가 아니라, 탄소를 저장하고 순환시키는 생태적 자산이며,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자원이다.

목재를 활용한 건축은 철근이나 콘크리트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현저히 낮고, 목재 자체가 이산화탄소를 품고 있어 탄소중립 실현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산림청 제6차 산림기본계획에 따르면, 현재 국내 산림의 약 30~35%가 수확 가능 연령에 도달한 성숙림으로 분류되며, 이는 전체 산림면적 약 644만 ha 중 220만 ha 이상에 해당한다. 이러한 성숙림을 적기에 수확하고 재조림하는 것은 산림의 건강성과 탄소 흡수 능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며, 산림의 순환성과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핵심 전략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국산목재 활용은 외화 유출을 줄이고, 임업·목재산업·건축업 등 연관 산업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특히 공공건축물에 국산목재를 적극 활용할 경우, 국민 인식의 전환과 시장 기반 확대를 동시에 이끌어낼 수 있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현재 국회에서는 ‘공공건축물의 목재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어 심의 중이다. 해당 법안은 국가 및 공공기관이 국산목재를 우선 구매하도록 규정하고, 목조건축진흥센터 설립, 목재산업진흥지구 지정 등 지원 체계를 포함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공공부문에서 국산목재 수요가 안정적으로 확대되며, 산업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우리나라는 현재 연간 약 7조 5천억 원 규모의 목재를 수입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유통 목재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러한 수입 구조는 단순한 경제적 의존을 넘어,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해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예를 들어, 수입목재는 해상운송을 통해 장거리 이동되며, 1톤당 약 130kg의 CO₂를 배출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동일한 조건에서 국산목재를 사용할 경우, 운송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25% 절감할 수 있다.

더욱이 수입목재에 저장된 탄소는 국제 기준상 수출국의 흡수량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국내 온실가스 감축 실적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이는 우리나라가 실제로 탄소를 소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후 대응 성과에서는 제외되는 구조적 모순을 낳는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볼 때, 수입산 목재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기후 악당국가(climate villain)’로 지목받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림청은 2029년까지 목재 자급률을 27%로 끌어올리기 위해 ‘제3차 목재이용종합계획(2025~2029)’을 수립하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국내 산림자원의 지속가능성과 국산 목재의 활용 확대라는 측면에서 일정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목조건축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원목의 용도별 유통체계 정비, 지역 목재산업단지 조성, 공공시설 및 교육 현장에서의 국산 목재 활용 확대 등은 목재주권 회복을 위한 기반 마련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제는 국민 모두가 국산목재의 가치를 인식하고, 생활 속에서 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목재는 단순한 건축 자재가 아니라, 우리가 가꾼 숲의 결실이며,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다. 목재주권 회복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지금이 바로 그 첫걸음을 내딛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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