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머리말
인도네시아는 열대림 자원과 조림림(아카시아·유칼립투스)을 바탕으로 합판·보드, 펄프·제지, 가구까지 아우르는 세계 최대 목재 공급국 가운데 하나다. 2000년대 이후 SVLK(목재합법성 검증)를 전면화하고 2016년 EU와 FLEGT 라이선스를 세계 최초로 시행한 국가는 인도네시아 뿐이다. 2024~2025년의 글로벌 수요 둔화, EUDR(유럽산림전용방지규정) 대비, 산림 감손 억제 등 복합과제를 동시에 추진하며 ‘합법성, 지속가능성, 수출경쟁력’의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2. 자원 및 생산
인도네시아는 광대한 열대우림을 바탕으로 목재산업의 잠재력을 지닌 국가다. 2024년 기준 정부 통계 및 위성 분석 자료는 여러 흥미로운 특징을 보여 준다.
2.1 산림 자원과 감손 추이
인도네시아 전체 산림구역 면적은 약 95.5백만헥타르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위성 기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펄프용 조림림 확대 면적은 약 7만 4,310헥타르로 추정되며(전년 대비 약 25% 감소), 이 가운데 원시림에서 직접 조림림으로 전환된 면적은 1만3,647헥타르로, 2023년 대비 약 55%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인도네시아 목재산업이 펄프용 목재 공급 기반을 재정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러한 수치는 조림림 확대와 동시에 원시림 훼손 억제를 어느 정도 병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2.2 조림림 수종과 원료 기반
조림림에서는 주로 아카시아망기움(Acacia mangium), 유칼립투스 펠리타(Eucalyptus pellita) 등이 펄프·제지 및 보드류 원료로 중추적 역할을 한다. 이런 빠르게 자라는 수종을 중심으로 한 조림림은 목재 원료의 안정적 공급 기반이 되며, 특히 펄프·보드 제품군의 생산 경쟁력을 뒷받침한다.
2.3 생산 통계 및 대표 품목
인도네시아 통계청(BPS)의 ‘Statistics of Forestry Production 2024’은 원목(logs), 가공목재(processed timber), 비목재 임산물(non-timber forest products) 등의 분기별·지역별 생산량을 보고한다. 인도네시아의 목재 생산은 품목별로 뚜렷한 산업적 구분을 보인다.
우선 원목(logs)은 목재산업의 기본 원자재 공급 기초로, 국내 조림림에서 수확되는 물량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조림림의 수확 주기는 6~8년 내외로 짧으며, 원목은 제재· 보드·펄프 원료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제재목 및 목재 가공품(sawn timber and processed wood)은 수마트라와 칼리 만탄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생산이 집중된다. 이들 지역에는 목재 패널, 보드류, 가구용 원재료를 제조하는 공장이 밀집해 있다. 가공비율이 높은 만큼, 단순 원목 판매보다는 부가가치 창출형 생산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펄프 및 제지 제품(pulp and paper pro-ducts)은 인도네시아 목재산업을 대표하는 수출 품목으로, 2024년 기준 수출량이 수백만 톤 규모에 달한다. 조림림 기반의 안정적인 원료 공급 덕분에, 펄프·제지 산업은 목재산업 내에서 가장 지속적이고 경쟁력 있는 수출축으로 평가된다. 퍼마타뱅크(Permata Bank)의 2024년 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펄프 산업은 해외 수요 회복 과 더불어 장기적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로 꼽힌다.
마지막으로 우드칩과 바이오매스(woodchips and biomass) 부문은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제재·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나 낮은 등급의 목재를 활용하여 펠릿·우드칩으로 재가공하고, 이를 일본·한국 등지에 연료 자원으로 수출한다. 특히 바이오매스용 칩은 목재산업의 부산물을 고부가가치 에너지 소재로 전환하는 새로운 산업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3. 산업특징

3.1 수출 구조
인도네시아의 산림·목재제품 수출액은 2024년 12월 19일 기준 약 119억 달러로 집계되었고(연말 잠정치 확정 전), 정부는 2023년 실적(약 128억 달러)에 근접한 수준을 전망했다. 품목 비중은 패널(합판·보드), 가구·우드워킹, 펄프·제지가 주류이며, 2024년 1~8월 누계만 보아도 82.2억 달러를 기록했다(패널 17.75%, 가구 12.33% 등). 주요 시장은 일본·미국·중국·EU로 안 정적이다.
3.2 합판·보드의 위상
인도네시아 합판은 전통적으로 일본·미국 시장에서 견고한 수요를 확보해 왔다. 2024년에도 패널류는 수출 품목 중 상위 비중을 유지했고, 2025년 들어서는 일부 월에서 물량·금액 모두 두 자릿수 증가가 관측될 정도로 회복 탄력성이 확인된다. 중장기적으로는 프리미엄 합판(난연·저방출)과 특수 패널로의 고부가 전환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3.3 가구·우드워킹, 펄프·제지
가구·우드워킹은 미·EU 시장향 완제품· 내장재 중심으로 수출되고, 펄프·제지는 조림림 원료의 공급 안정성을 바탕으로 연중 수출 상위권을 유지한다. 정부·업계 보고는 2024년에도 펄프·제지가 수출 기둥 품목임 을 확인한다.
4. 목재정책
4.1 합법성·추적성: SVLK와 FLEGT
인도네시아는 SVLK(국가 목재합법성 검증제도)를 통해 벌채-운송-가공-수출 전 과정을 추적하며, V-Legal/FLEGT 라이선스 발급 대상 국가다. 인니 무역부 규정에 따라 해당 품목 수출 시 V-Legal 보유가 의무로 제도화되어 있다. 이 체계는 국제시장에서 ‘합법·합규’ 거래의 신뢰 기반으로 작동한다.
4.2 EUDR(유럽산림전용방지규정) 대응
EU의 EUDR 본격 시행을 앞두고(대기업 2025년 12월 30일 적용), 인도네시아와 더불어 말레이시아 정부도 범정부 대응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아세안 공급국들이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인니·말련은 지리좌표 기반 추적성과 영세사업자 부담 등 실무 과제를 지적하면서도, 자국 합법성 제도(SVLK/MYTLAS)를 기반으로 합치 가능 성을 강조하는 기조다.
5. 시사점 및 전망
첫째, 인도네시아 사례는 합법성·추적성의 제도 내재화가 수출 신뢰의 핵심임을 재확인시킨다. SVLK–FLEGT는 EUDR 등 신규 규제에 대한 적응력의 안전판이다.
둘째, 조림림 기반의 안정 원료는 펄프·보드류 경쟁력을 뒷받침하며, 프리미엄 패널·친환경 가구로의 전환이 부가가치 상승 경로다.
셋째, 공급망 리스크 관리(특히 바이오매스·우드펠릿 논란)는 과학적 데이터·감사체계와 연동된 ‘클린 바이오매스’ 프레임으로 대응해야 한다.
전망 측면에서 올해는 EUDR 실무 이행 준비의 분수령이자, 미·일·중 수요 회복 탄력이 판가름나는 해가 될 것이다. 합판·보드는 제품 고급화·난연·저방출로, 가구는 디자인·친환경 인증으로 차별화를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총액은 ’24년 118.96억 달러의 궤적을 바탕으로, 거시환경이 우호적일 경우 ’23년 수준(127.56억 달러) 재접근이 가능하다.
6. 맺는말
인도네시아 목재산업은 조림–합법성–수출 다변화라는 ‘삼각편대’를 구축하며 세계 시장에서 독자적인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대규모 플랜테이션 조림과 SVLK 인증을 통한 합법성 확보, 그리고 합판·가구· 목재가공품으로 이어지는 수출 품목의 고도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국가 산업전략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정부는 산림파괴 방지와 산업 성장을 병행하려는 제도적 실험을 지속해 왔다. SVLK(목재합법성검증시스템)와 EU의 FLEGT VPA(합법목재 교역협정)는 ‘생산국의 책임성’을 제도화한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제는 유럽산림전용방지규정(EUDR)에 대응하기 위한 디지털 추적성 강화를 통해 ‘산림-공장-수출항’ 전 과정의 투명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제재·합판산업의 생존 전략을 넘어, 인도네시아가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의 균형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실질적 전환으로 볼 수 있다. 향후 과제는 명확하다. 하나는 탄소흡수원으로서의 산림을 유지하면서도 생산성을 잃지 않는 지속가능한 조림체계 확립, 다른 하나는 고품질 가공기술과 디지털 인증체계를 결합한 프리미엄 목재제품 산업으로의 전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