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빈 (주)하농 대표이사

리스토네 조르다노(Listone Giordano)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사랑하는 이태리 고급 원목마루다. 세계 최초로 엔지니어드 플로링을 개발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온돌 문화를 고수하는 한국에서도 다수의 고급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며 품질이 검증된 브랜드다. 역삼동 (주)하농 사옥에서 이정빈 대표를 만나 이태리 최고급 원목마루 리스토네 조르다노의 경쟁력과 한국 시장에서의 비전을 들어보았다.

 

조르다노 원목마루의 탄생 
"50여 년 전 이태리에서 마루회사를 하던 마르가리텔리는 피렌체의 임산공학 석학인 조르다노를 찾아갑니다. 현재 우리가 쓰는 마루는 하자가 많고 안정성이 떨어지며 자원의 낭비가 너무 크니, 새로운 마루를 개발해 달라고 부탁하죠. 오랫동안 좋은 마루를 만들어보고 싶었던 조르다노는 이 제안을 수락하고 마르가리텔리사와 함께 의기투합해 10여 년을 연구한 후 만들어낸 게 바로 이 조르다노 원목마루입니다.”

1983년 이탈리아 목재가공회사 마르가리텔리와 목재전문가 조르다노 교수는 상판의 원목과 하지의 합판을 접목한, 일명 엔지니어드 플로링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과거에는 통원목을 사용했지만 조르다노 교수가 만든 마루는 원목과 합판을 두 개의 레이어로 겹쳐 제작한 선진화된 원목마루였다.  

(주)하농의 이정빈 대표는 당시 특허 받은 기술은 원목바닥재 특유의 뒤틀림이나 갈라짐 같은 고질적인 목재 변형 문제를 해결해 내 과히 혁명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유럽은 조르다노가 나온 다음부터 마루 시장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그 때까지는 독일이 마루 시장의 강자였지만, 이후부터는 이태리가 최고급으로 인정받게 됐죠.”

최고의 원목 산지와 제재소 
건축자재 시장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이정빈 대표는 1993년 시장 조사를 한 후 유럽에 있는 23개 업체와 미팅 약속을 잡았다. 이태리 대사관에 지인이 있어 업체를 3군데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이태리에서는 오직 조르다노 한 군데만 추천받았다. 스케줄을 잡고 스웨덴, 독일 등을 거쳐 마지막에 들른 이태리에서는 힘든 여정에 몸살이 심하게 걸려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때 미팅 약속이 잡힌 곳이니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번 만나보자 하는 마음에 지친 몸을 이끌고 들른 곳이 바로 조르다노였다.

“정말 그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평생 후회했을 거예요. 그동안 봐왔던 원목마루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어요. 보는 순간 이런 게 진짜구나 하고 생각했죠.”

설립 초기에는 탁월한 기술력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던 조르다노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게 된 배경에는 완벽에 가까운 품질을 꼽을 수 있었다. 실제로 조르다노는 최상급 원목을 사용하는데, 오크로 유명한 프랑스 폰테인에 유일하게 제재소를 보유하고 있다. 밸런싱, 큐어링, 정밀성, 친환경성 등의 기술로 최상의 안정성을 유지한다. 상판 원목은 목재 적정 함수율 6~7%를 유지하는 건조 기술을 가지고 있고, 하지 합판은 비행기나 선박에 사용되는 최고 등급 자작나무를 사용해 최상의 안정성을 유지해 낸다. 귀한 명품의 가치를 단번에 알아본 그는 1994년 (주)하농 조르다노를 설립했다.

고급화를 꿈꾸며 견딘 시기 
조르다노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대중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선보인다. 국내에는 마루재에 열이 가해지는 온돌 문화에서도 변형 없이 우수한 품질을 자랑해 국내 인테리어 시장에서 최고급 마루재라는 인식이 형성됐다. 품질이 뛰어난 만큼 높은 가격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 대중화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조르다노에서 미팅 약속도 제대로 잡아주지 않을 만큼 저희에게 기대하는 바가 적었어요. 값비싼 최고급 브랜드인데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수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거죠. 입식 생활을 하는 유럽이 5mm 마루라면, 온돌에 익숙한 한국은 2.5mm나 3.5mm로 한국 스타일에 맞추어 마루를 제작했죠.”

25년 동안 조르다노의 가치를 열심히 알린 덕분인지, 조르다노 원목마루는 명품브랜드 매장과 5~6성급 호텔, 고급 리조트에 주로 시공됐다. 최근에는 반포 래미안과 잠실 롯데월드타워, 반포 래미안, 강릉 씨마크 호텔, 남해 사우스케이프, 해운대 베네스티, 서초동 슈퍼빌 팬트하우스 등 다양한 최고급 건물들에 조르다노의 원목마루가 들어갔다. 그 중에서도 2011년 성수동 갤러리아포레에 들어가는 수주에 성공했던 기억은 직원들이 가장 인상적인 순간으로 꼽는다.

“합판 마루와 가격 차이가 10배 정도 나기 때문에 수주를 하러 가서 우리가 열심히 품질에 대해 설명해도 거들떠보지 않는 경우가 많았죠. 그래도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소비자들의 수준이 높아지는 중이에요. 구매력과 마인드가 함께 오르고 있으니까요. 누구나 처음에는 고급화를 꿈꾸지만 그 시간을 견디기 힘드니까 대중화로 가는 것 같아요. 어느 정도 단 단히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힘든 시기를 버텨야 하는 거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발견 
이정빈 대표가 원목마루 시장에 뛰어든 것은 25년 전이었다. 명문대를 졸업한 후 의류 수입 회사를 거쳐 아버지의 식품업 사업을 물려받아야 했던 그는 어느 날 문득 자신만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시대의 흐름을 읽는 직관이 남달랐던 그는 건축이 앞으로 각광받는 분야가 될 거라 확신했다. 수시로 해외에 나가 시야를 넓히며 3년 동안 시장 조사를 하고 적합한 제품을 찾아다녔다.

“젊은 시기에 항상 같은 품질을 유지해야 하는 식품업이 지루하다고 여겨졌죠. 그때 당시 우리나라 GNP가 5,000불이 채 안될 때였는데, 나중에 풍요로운 시기가 왔을 때 각광받고 쓰임새 있는 수요가 무엇일지 계속 고민하며 자료를 찾았어요. 우선 대량 생산과 친환경에 위배되지 않는 소재로 해야 한다고 목표를 잡았어요.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 명제를 먼저 잡은 다음 소재를 찾은거죠. 식품과 의류를 거쳐 건축으로 왔지만 사실 맥락은 다 같아요. 모두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거니까요.”

그는 의류 수입 회사에 입사해 일할 때부터 남달랐다. 해외로 출장가게 되면 개인 돈을 쓰더라도 꼭 비싼 호텔과 레스토랑에 가 보고 택시를 타며 이동했다.

“전 그때의 그 경험들이 제가 사업을 하는데 큰 밑 걸음이 됐다고 확신해요. 최고급 호텔에 가면 꼭 원목마루가 깔려 있었기에, 원목마루가 고급문화라는 인식이 자연스레 제 머릿속에 자리 잡았죠. 제가 건축 관련 사업을 시작하고자 했을 때 이 아이템을 가장 먼저 떠올렸던 것도 그런 이유고요.”

그래서인지 그는 지금도 직원들이 해외로 출장을 가면 절대 지하철을 타지 못하게 한다. 꼭 택시를 타고 이동하라는 것. 그는 오랜 시간 비행하며 힘들게 외국까지 간 만큼 최대한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경험한 후 돌아오기를 원한다. 어두운 지하철이 아닌 택시로 이동하며 도시에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이들의 세계를 새롭게 발견하라는 의미다.

마루시장의 새로운 변화 
지난달 국내 원목마루 수입업체 9곳이 모여 한국원목마루유통협회를 신설했다. 이정빈 대표는 이곳에서 협회장을 맡았다. 중국산 원목마루 반덤핑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마루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자 하는 시도다. 올해 초 관세평가분류원의 품목 분류 결과와 관세청의 세금추징 문제에 대해 의논하려고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모인 자리에서 이정빈 대표가 협회 설립을 직접 제안했다.

“원목 마루 시장에 위기가 있을 때 신속히 대응할 방법을 찾고 시장 동향을 함께 공유하기 위해서는 함께 모일 수 있는 협회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소규모 업체까지 포함하면 40-50곳 정도 되는데,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좋은 시장을 만들어가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미래의 훌륭한 대안, 목조주택 
하농은 조르다노 원목마루 외에도 모듈노바 커스텀 키친가구, 리마데시오 슬라이딩 도어, 라꼬르뉴 오븐 등 라이프스타일을 이끌어가는 여러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그는 최근 구조용 집성판인 CLT(Cross Laminated Timber)를 이용한 목조건축 사업을 준비 중이다. 목조 건축의 트렌드와 가능성에 대한 공유의 자리를 마련하고자 지난 5월 2일에는 140년 역사를 지닌 스위스 목조 가공의 선두주자 블루머 레만사와 함께 목조건축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최고의 목조 건축 관련 기술로 세계적인 목조 건축을 수행한 곳이다. 유럽 목조건축의 경향과 시공 프로세스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18세기는 타일, 19세기는 철강, 20세기는 콘크리트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목조의 시대예요. 콘크리트 자재는 나중에 해체한 다음 폐기물을 처리하는 문제 때문에 최근 굉장히 심각한 환경 문제로 떠올랐죠. 내화, 내진도 훌륭할 뿐 아니라 소재 자체가 친환경인 목조 건축은 미래의 훌륭한 대안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하농도 그 안에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요.”

늘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이정빈 대표는 앞으로 이루어나갈 플랜을 소개하며 하농의 청사진을 펼쳐놓았다. 항상 최고를 꿈꾸며 열정적으로 길을 걸어온 그가 이끌어나갈 하농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해본다.

 

▼조르다노 원목마루 라인

클래시카 라인
가장 베이직하면서 전통적인 원목마루 라인으로 프랑스 폰테인 지방의 최고급 오크 수종에 친환경 천연 도료를 착색해 만들었으며 한국의 온돌 문화에 적합한 원목 마루다. 오크 외에도 월넛, 티크, 까브르바, 자토바 등 다양한 수종과 폭, 컬러 옵션 선택이 가능하다.

아뜰리에 라인
장인들의 핸드플랜드 가공으로 오래된 고재 느낌의 빈티지한 감각을 살려주는 상공간 & 주거공간용 마루다. 커트-손 이펙트(cut-sawn effect) 등 손수 나무의 결을 따라 자연스러운 입체감을 살려 제작한 아티스틱함이 묻어나는 라인이다.

내츄럴 지니어스 라인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콜라보레이션해 창의적이고 색다른 디자인을 선보인 라인으로 비스킷 컬렉션 디자이너 파트리시아 우르끼올라, 에르메스 리빙 디자이너 미켈레 데 루끼, LAGO 가구 CEO 다니엘 라고, 독일 파크하얏트 호텔을 디자인한 마테오 눈지아티 등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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