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목재신문=김미지 기자] 고궁과 박물관 밖에서 전통문양의 가치를 재발견할 시간.  현대 주택에 스며든 한국의 전통문양을 살펴본다.  전통문양이 거기서 거기일 거라는 생각은 버리시길.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 아트리움에 박공지붕을 가진 건축물이 들어섰다. 리빙룸, 다이닝룸, 베드룸, 파우더룸 그리고 라이브러리로 구성된 이곳은 현대의 집을 작게 축소해 놓은 공간이다. 하얀 천으로 가려진 이곳의 문을 연 순간, 공간을 압도하는 문양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리빙룸&베드룸
익숙한 공간을 신선하고 낯설게 만드는 전통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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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붉은색 문양이 눈길을 사로잡는 리빙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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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룸 곳곳에 설치된 패브릭에 수놓아진 문양이 고급스러운 감각을 자아낸다.

입구를 지나 어두운 복도 끝에 서면 이 집에서 가장 화사한 공간인 리빙룸을 마주하게 된다. 높은 천장과 반투명 유리로 감싸진 리빙룸은 익숙한 거실 구도와 요소들을 해체해 낯선 풍경으로 다가온다. 눈에 띄는 것은 벽, 바닥, 천장에 수놓아져 있는 붉은색 꽃, 나비, 새 문양. 리빙룸 한 편에 걸려 있는 ‘호접도10폭병풍’에 등장하는 꽃, 나비, 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평면에 갇혀있던 꽃, 나비, 새가 3차원의 입체적 공간에 담겨 전통문양의 가치를 환기시킨다.      

문양의 집에서 가장 화사한 공간이 리빙룸이라면 가장 어두운 공간은 베드룸이다. 이곳에는 ‘화조영모도10폭병풍’이 벽 한 면을 차지하고 있다. 이 그림에 등장하는 새와 꽃 역시 베드룸을 구성하는 인테리어 소품들 마다 그려져 있다. 천장에서 길게 늘어뜨려진 반투명한 패브릭과 침대 위에 그려진 새 문양은 어두운 베드룸에서 더욱 존재감을 드러내며 여운을 남긴다.  

#다이닝룸&파우더룸
전통문양과 디지털 아트의 창조적인 만남

베드룸을 가기 전 문양의 집에서 가장 크고 깨끗한 공간을 거치게 되는데, 바로 다이닝룸이다. 이곳의 바닥, 천장, 벽, 도자기, 장식장은 모두 순백색으로 칠해져 있어 전통문양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중앙에 놓인 미디어 퍼니처인 테이블은 시시각각 변하는 이미지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플루이드 아트라는 새로운 예술 기법이 적용된 테이블은 상판에 디지털 패널을 설치해 마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흰 나비가 날아다니는 영상을 보여준다. 전통문양과 디지털 기술의 만남이 창의적인 영감을 주는 공간이다. 

이번 전시의 클라이맥스는 파우더룸이다. 뷰티 공간이 가지는 본래 기능과 패션, 인테리어, 전통공예 등의 장르가 결합된 이곳은 미를 향한 인간의 욕구가 투영된 상징적인 공간이다. 경대 서랍 속에 놓인 화장품 케이스는 칠보전통장인의 공예작품으로 문양이 가지는 미시적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벽에 걸린 전통문양이 그려진 드레스는 패션을 넘어 인테리어 소품 역할까지 하며 미의 공간을 완성한다. 

#라이브러리
보고, 느끼고, 만드는 전통문양 

 

4개의 방과 파우더룸까지 보고 나오면 독립된 공간으로 자리잡은 라이브러리가 보인다. 책꽂이로 벽과 지붕을 디자인한 박공 형태의 라이브러리 내부에는 계단식 좌석이 마련돼 있어 참여 작가들의 기획의도를 담은 전시 메이킹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작가들이 만든 전통문양 굿즈를 구매할 수 있고, 관람객이 직접 문양노트를 만들 수 있는 현장 체험도 할 수 있다. 체험료는 5000원. 라이브러리는 전통문양의 생활적 가치와 일상에서의 쓰임을 재조명하고 있다.  

전통문화에서 찾은 실용성과 미학
2006년부터 시작된 ‘설화문화전’은 설화수의 문화 메세나 활동으로 한국의 전통문화와 가치를 전하는 행보를 이어왔다. 매년 영상, 패션,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협업을 통해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재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올해 14번째를 맞은 설화문화전 ‘미시감각: 전통문양’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전통문양의 가치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전시 공간으로 집을 선택한 이유는 공예와 같은 한정된 예술 장르를 벗어나 전통문양이 가지는 실용적 가치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건축, 그래픽, 패션, 일러스트 등 8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4개의 방과 1개의 독립적인 공간에서 다양하게 변주하는 한국의 문양을 표현했다. ‘호접도10폭 병풍’, ‘화조영모도10폭 병풍’, ‘서화미술회10인 합작도10폭 병풍’에 등장하는 나비, 꽃, 새는 모두 행복과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8명의 작가들이 나비, 꽃, 새를 활용해 건축, 그래픽, 인테리어, 패션, 일러스트의 장르를 넘나들며 섬세한 ‘미시감각’의 세계를 만들어 냈다. 전시는 무료입장이며 12월 29일까지 이어진다.

전시 정보
전시 기간: 2019년 10월 18일 ~ 12월 29일
관람 시간: 10:00 ~ 18:00 (월 휴무)
전시 장소: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100)
전시 기획: 김이홍, 박성진
참여 작가: 강주리, 김이홍, 김진진, 박성진, 백종환, 이다은, 조은애, 최경모
건축 디자인: 김이홍
그래픽 디자인: 둘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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