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1. 소나무는 어떤 수종이 있고, 전통 건축에서는 어떻게 쓰여왔나요?
A.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는 단연 소나무다. 그 가운데 육송(赤松, Pinus densiflora)은 곧고 곱고 붉은 빛깔을 지닌 목재로, 한옥과 사찰, 문화재의 기둥과 보에 필수적인 재목이었다. 지금도 전통 목조건축과 문화재 보수 현장에서는 육송이 가장 많이 쓰입니다.
해송(곰솔, Pinus thunbergii)은 바닷가에 많이 분포하며 내염성과 강도가 뛰어납니다. 과거에는 결이 다소 거칠다는 이유로 고급재로는 덜 쓰였지만, 내구성이 좋아 구조재로의 활용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리기다소나무(Pinus rigida)는 20세기 초 미국에서 도입된 외래 수종으로, 생장이 빠르고 대규모로 조림돼 지금은 전국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 국내 임목축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지만, 주로 MDF·PB 같은 보드 산업의 원료로 소비되면서 “저가용 원목”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합판 생산에도 적합한 수종으로 평가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Q2. 그런데 왜 일반 건축에서는 소나무를 보기 힘든 걸까요?
A. 가장 큰 이유는 송진 문제다. 소나무는 송진이 많아 건조와 가공 과정에서 흘러내리거나 뭉쳐 품질이 불균일해졌습니다. 특히 과거에는 건조설비와 기술이 부족해 송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뒤틀림·균열 같은 변형도 자주 발생했다. 이 때문에 대량 건축이 요구하는 안정된 규격재 생산이 쉽지 않았습니다.
또한 공급 구조의 한계도 컸습니다. 국산 소나무 원목의 상당 부분이 보드공장, 펄프재, 에너지용으로 투입되면서 제재용으로는 잘 공급되지 않았습니다. 제재용 원목 공급이 뒷받침되지 못하니, 일반 건축 현장에서 소나무 구조재를 활용하기가 더욱 어려웠던 것입니다.
Q3. 리기다소나무는 어떤 가능성이 있나요?
A. 리기다소나무(Pinus rigida)는 생장이 빠르고 전국적으로 널리 심겨 지금은 임목축적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지금까지도 주로 MDF 산업의 원료로 사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합판 원료로도 충분히 적합하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실제로 2023년 일본 닛신합판에서 국산 낙엽송과 함께 리기다소나무를 투입해 합판을 생산했는데, 한국과 일본의 구조용 합판 기준을 충족했고 수익성도 확보했습니다. 이는 리기다가 합판, 더 나아가 구조재로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Q4. 기술 발전은 소나무 활용에 어떤 변화를 주고 있나요?
A. 최근 도입된 고온건조, 마이크로파 건조, 진공건조 기술은 송진 문제와 변형을 크게 줄이고 있습니다. 정밀 제재 설비와 자동화 스캐닝 시스템을 적용하면 품질과 수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일본은 자국 편백과 삼나무를 구조용 집성재(Glulam)와 구조용 집성판(CLT)으로 가공해 공공건축에 적극 활용하고 있고, 북유럽도 송진 많은 소나무를 건축재 산업의 핵심 자원으로 키웠습니다. 우리도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Q5. 국산 소나무, 현대 건축으로 돌아오게 하려면?
A. 국산 소나무를 일반 건축 자재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필요합니다.
- 표준화·규격화: 육송·해송·리기다의 강도와 물성을 정리해 구조재 규격을 확립해야 합니다.
- 산업 인프라 확충: 공동 건조장, 자동화 제재 라인을 마련해 대량 안정 공급을 보장해야 합니다.
- 공공건축 우선 적용: 초기에는 학교·청사 같은 공공건축물에서 국산 소나무 구조재 사용을 제도화해 시장 신뢰를 높여야 합니다.
- 목재자원공사 설립 연계: 산지에서 수집·선별·가공·공급까지 이어지는 공공 체계를 통해 공급망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국산 소나무는 이미 한옥과 문화재에서 수백 년을 버텨 전통을 지켜왔습니다. 그러나 현대 건축 현장에서는 여전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육송의 품질, 리기다의 풍부한 자원, 해송의 내구성이라는 각 수종의 장점을 살려 합판·구조재로 확장한다면, 국산 소나무는 다시 대한민국 건축의 주역으로 설 수 있습니다. 기술과 제도, 시장의 삼박자가 맞을 때, 소나무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건축자재로 국민 곁에 돌아올 것입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우리 집과 학교에서도 국산 소나무로 지은 공간을 만나는 날이 올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