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목재신문=김현우 기자] 오늘부터 합법목재교역촉진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불법 벌채목재의 국내 유입 차단을 목적으로 시행되는 제도로 이날부터 수입업체는 목재를 수입할 때 벌채의 합법성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교역당국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수입신고 대상 품목은 원목, 제재목, 방부목재, 난연목재, 집성재, 합판, 목재펠릿 등 총 7개 품목이다. 만약 합법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통관거부, 판매정지, 반송, 폐기 등의 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 또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합법목재교역촉진제도 오늘부터 시행됐는데…준비 미흡한 산림청
합법목재교역촉진제도는 △세계 목재시장의 가장 큰 문제인 불법 목재의 사용과 유통을 줄일 수 있고 △세계적으로 불법목재를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으며 △소비자에게 안전한 목재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나온 제도다. 국민을 생각했다는 산림청 측의 입장처럼, 도입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목재산업계는 ▲제도 적용 대상이 원목 및 제재목 등 국내 가공 목적의 원자재인 탓에 국내 목재 업체의 역차별을 초래할 수 있고 ▲합법성 인증 서류 준비가 어려운 목재 수입국도 존재해 국내 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등 국내 목재산업에 불리한 면이 있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목재산업계가 희생양이 된다는 것이다.

모 협회 관계자는 “제도가 오늘부터 시행되지만 여전히 산림청에서 제공하는 국가별 표준가이드(CSG)는 48개국에 불과하다”며 “제도 도입 예고 이후 실제 시행까지 수년간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산림청 등 정부기관에서조차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한 합법성 입증 서류를 영세한 업체에서 준비하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산림청이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입 목재에 대한 합법성 인증서류 제출은 30~70% 수준이고 이 중 적합한 서류는 20%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합법목재교역촉진제도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국가에서부터 점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림청은 합법목재교역촉진제도 시행에 앞서 수입과정에서 업체들이 겪을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 한국이 수입하는 모든 목재 원산국의 합법성 입증 서류 예시를 ‘국가별 표준가이드’라는 이름으로 산림청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현재 예시가 제공되는 국가는 약 50개국이다. 문제는 국내 목재 수입국가는 70개국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오늘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됐음에도 서류 예시조차 완벽히 준비하지 못한 산림청의 ‘무능’과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마저 업계에 전가하려는 그들의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이에 산림청 임업통상팀 관계자는 “산업계에서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지 잘 알고 있다”며 “서류구비가 어렵거나 가이드 미개발국의 경우 필요시 국가 간 양자협의를 통해 해결법 등을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들 국가에서 목재를 수입하는 업체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사전서류 상담, 입증서류 제안, 서류 검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은 상시 상담제를 운영하고 있고, 향후 비영어권 국가와 거래하는 영세 업체들을 위한 번역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부적절한 서류도 통관?…업계 “전형적 보여주기식 제도” 지적
이처럼 산림청 관계자는 해결책을 갖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제도 준비가 미흡할 뿐만 아니라 통관에 쓰이는 시스템 상의 불안정함도 드러났기 때문이다.

오늘 본지가 보도한 ‘합법목재교역촉진제도에 엇갈린 시선…불안정한 수입신고 시스템 혼란 가중 기사’에 따르면 앞서 1년간의 시범운영기간 중 수입신고 단계에서 사용하는 ‘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 등에서 잘못된 서류를 올리더라도 수정이나 취소를 할 수 없는 등 프로그램 상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아울러 합법성 인증 서류가 미흡하더라도 통관되는 경우가 있어 주무부처의 제도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서울의 한 목재수입업체 관계자는 “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을 통해 합법성 인증서류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입력정보와 맞지 않은 서류를 첨부했다. 취소하고 다시 진행하려고 했으나 이미 제출한 서류는 수정이나 취소가 불가능했다”며 “그런데 며칠 후 서류가 승인됐다는 결과를 받아 의아한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한국임업진흥원 해외산림협력실 관계자는 “시범운영기간 동안 부적절한 서류를 제출하더라도, 통관을 막는 것이 아니라 ‘다시 서류를 준비해서 제출하라’는 식의 계도활동을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본격적인 시행일인 오늘의 경우 업체 대부분 적절한 서류를 제출했다”며 “서류가 반려됐더라도 서류 자체의 문제보다는 기입된 내용에 오류가 있는 정도로 결과적으론 시범운영기간 동안의 계도활동이 효과가 있었다”라고 자평했다.

한편 일각에선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 서류도 합법성 인증 서류로 인정하는 제도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지적한다.

현재 산림청은 합법성 인증 서류로 수입국가 자체 법령에 따라 발급된 벌채허가서, FSC‧PEFC 등 국제인증기관에서 발급하는 목재 합법성 인증서 등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 같은 서류를 준비하기 힘든 일부 국가의 경우 가장 마지막 단계인 수출업체와 그 직전 유통단계의 합법성만 입증하면 된다. 그러나 이는 합법적으로 벌채된 목재만을 사용하겠다는 도입 취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서류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 탓에 이들은 합법목재교역촉진제도를 ‘일 열심히 하는 산림청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내놓은 제도’라고까지 비판한다.

이에 산림청 임업통상팀 관계자는 “이는 명백한 오해”라며 “유통경로 인증(COC) 등 합법성을 완벽하게 입증할 수 있는 서류가 있다면 오히려 편하지만 서류 구비가 어려운 국가 등과 거래하는 업체들을 위해 내놓은 일종의 대안책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는 두 서류 외에 다른 합법성을 입증할만한 서류가 있다면 함께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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